개들은 기본적으로 착하기 때문에 죽은 뒤 다 천국에 간다,고 믿었다.
실제로 내가 만났던 개들은 미모임에도 늘 자신을 낮추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날 따랐다.
이렇듯 착한 애들이 천국에 못간다면, 도대체 누가 간단 말인가?
하지만 개 여러마리를 기르면서 알게 된 건, 그들 역시 인성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집엔 개 네 마리가 있는데, 각 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뽀삐; 먹는 것만 밝혀서 먹을 때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다.
2) 팬더; 머리가 좀 나쁘고 욕심이 많다.
3) 미니미;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해서, 아내한테는 꼼짝 못하면서 나한테는 갖은 패악을 부린다.
4) 흑곰; 노는 것에 특화된 강아지로, 밥보다 공을 더 좋아한다.
비극의 시작은 설연휴였다.
주로 집에 없어서 흑곰과 놀아줄 기회가 없었는데,
연휴 내내 집구석에 있으면서 흑곰과 좀 세게 놀았더니
흑곰의 허리가 삐끗해 버렸다.
소위 말하는 디스크,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의사는 약을 처방해 주면서
“움직이면 안되니 케이지 안에 한달간 넣어둬야 한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다른 개들이 문병도 오고 위로도 해줘야 정상일텐데,
우리집 개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1) 뽀삐; 하루종일 마루에 앉아 있다가 먹을 것을 주려고 할 때만 움직인다.
2) 팬더; 흑곰이 심심해서 공을 하나 넣어줬다.
그랬더니 팬더는 그 공을 달라고 계속 짖어댄다. 마루에 널린 게 공인데!
할 수 없이 흑곰이의 공을 빼앗아 팬더에게 주고
마루에 있는 다른 공을 흑곰에게 넣어 줬더니 다시 케이지 앞으로 와서
공 내놓으라고 짖어댄다.
이 광경을 보면서 아내와 한탄해 마지않았다.
“우리가 개들을 잘못 키웠어.”
3) 미니미; 자꾸 케이지 안에 들어가려고 해서
“아, 역시 미니미는 다르구나. 문병 차원에서 이러는가보다”라고 생각했건만,
문병은 웬걸.
미니미는 흑곰이의 음식을 빼앗아 먹으려고 그런 거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위로하는 척하더니
밥을 빼앗아먹고 있다. 흑곰은 케이지 갇힌 뒤로 부쩍 식사량이 줄었다.
게다가 미니미는 원래 흑곰보다 스피드가 딸려 공놀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흑곰이 케이지 안에 들어간 뒤 부쩍 공을 던져달라고 하고,
공을 던져주면 신나서 달려간다.
동료의 불행은 나의 행복인 것일까.
개들을 예쁘다고 쓰다듬지만 말고 인성교육을 좀 시킬 것을, 하고 후회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