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술 목표를 100번으로 잡았다. 작년의 50번보다는 훨씬 현실적이 된 거지만 주당 2회씩 마셔야 하니 그리 만만치는 않다. 작년에 4월이 안되어 50번의 벽이 허물어진 뒤 “이왕 깨졌으니 마셔 버리자.” 모드로 바뀌었던 기억이 있으니, 목표를 잘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첫주를 어떻게 끊느냐는 것. 첫주에 2회를 마실 수만 있다면 100번은 불가능만은 아니다. 하지만 1월 1일과 2일 이틀간 술을 안먹고 버텼다고 좋아했었는데, 그 후부터 계속 달리는 중이다. 1월 7일까지 마신 술은 무려 다섯 번, 아무래도 목표를 수정해야 하려나보다. 그래도 1월 7일은 미녀와 즐겁게 보냈는지라-영화보고 술마셨다- 전혀 후회가 없다.
교실 신년회 때 후배와 말싸움이 붙었다. ‘킹콩’이 영화 시작 후 얼마만에 나오냐는 것. 난 1시간 5분이라고 주장했고 후배는, “영화 볼 때 재봤는데 1시간 40분이어요.”
상영시간이 세 시간인데 영화의 절반 이상을 킹콩이 안나온다니 말이 되는가. 그래서,
“만원 내기합시다.”
내가 아는 영화 전문가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이런 답이 온다.
“한시간 7분이요. 내기에서 이기세요.”
잠시 뒤 그녀는 또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한시간 20분이라는 설도 있더군요.”
또다른 친구의 문자, “한시간 11분”
가까운 걸 따지면 내가 맞는데도 후배는, 그런 종류의 내기가 다 그렇듯이 “아직 정확한 게 아니다.”며 버텼다. 뭐, 나도 그에게 만원을 받을 마음은 없었지만.
그래서 난 미녀와 두 번째로 킹콩을 보기로 한 날, 정확한 시간을 재보기로 했다. 예고편과 타이틀이 나가고 노래와 함께 영화가 시작된 후 난 두 번째 휴대폰의 스톱워치를 눌렀다. 그러나. 삼십분 쯤 지났을 때 그 전화로 다른 미녀한테서 전화가 왔다. 스톱워치 기능은 당연히 중단. 할 수 없이 난, 제물이 되어 묶여있는 여자 앞에 킹콩이 나타났을 때 휴대폰을확인했다. 4시 15분 영화인데 그때 시각은 5시 30분. 하지만 영화가 15분 이후에 시작된 걸 감안하면 1시간 10분 내외가 맞는 것 같다.
예전에 ‘용가리’를 본 기억이 난다. 조카 둘을 데리고 그 영화를 봤는데, “심형래가 무슨 영화냐?”는 남들의 비아냥에 맞서 “보지도 않고 왜 그러느냐?”며 심형래를 옹호한 게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그때도 영화 시작 후 40분 가량 용가리가 나오지 않았고, 킹콩이 그런 것처럼 우리말이 아닌 영어 대사였다. 조카들은 지겹다고 짜증을 부리고, 나 역시 졸음이 쏟아지는 걸 겨우 참아냈다. 쥬라기공원처럼 시작 후 바로 공룡이 나오면 모를까, 아이들에게 30분 이상을 괴물 없이 기다리라는 건 좀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하지만 용가리가 나오자마자 조카들은 다시금 즐겁게 영화를 봤고,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재미있었다.”는 말까지 한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킹콩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