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없을 때 징크스를 신봉하게 된다. 누구도 받아내지 못할 무시무시한 스트로크를 갖고 있는 나지만,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는 날은 일년에 며칠이 고작이다. 어느 정도의 기복은 누구나 있지만 문제는 내 경우 그 폭이 좀 심하다는 거다. 늘 '잘할 수 있을까' 불안해하고,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징크스에 매달린다. 붉은색 계열의 팬티를 입어야 잘된다는 것 이외에, 내가 신봉하는 징크스 중 하나는 "라켓 줄을 갈면 2주간은 잘친다."는 것. 실제로 그 징크스 때문에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2달마다 라켓 줄을 갈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주 일요일, 테니스를 치다가 줄이 왕창 끊어져 버렸다. 그리고 어제 난 라켓 줄을 갈았다. 어제 술을 마시다 새벽에 들어오는 바람에, 그리고 금요일부터 몸살을 앓기 시작했던 터라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징크스는 컨디션 위에 있었다. 지난 5년간의 테니스사를 더듬어 봐도, 오늘만큼 잘 친 적은 없었다. 거의 불가능한 볼을 다 받아낸 거야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스트로크의 위력이 그야말로 최고였다. 내가 친 수많은 스트로크 중 아웃된 볼이 하나도 없을만큼-네트에 걸린 게 두개 있었다-성공률이 좋았으며, 전성기에 그랬던 것처럼 공이 날아갈 때 바람 소리가 났다. 난 내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보냈고, 친구들은 그런 날 보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친구의 말이다.
“라켓 줄 바꾼 보람이 있구나.”
오늘 정도의 컨디션이라면 세계 테니스를 지배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와 한판 붙는다고 해도 밀릴 것 같지가 았다.
무리한 탓에 집에 오자마자 오한과 고열에 시달렸고, 결국 집에 와서 쓰러져 자버렸지만, 마음만은 행복했다. 징크스대로 2주만 그러는 게 아니라, 한 몇 달만 더 이 기세가 계속 유지되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