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사흘간, 설대 암연구소에서 워크숍이 있었다. 나를 교육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 무슨 연수교육만 있다면 나를 보내는 학교 측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듣고 오리라 다짐했고, 그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어젯밤 두시가 넘도록 술을 퍼부었다.


그 바람에 늦게 일어난 나는 그 와중에 알라딘에 댓글도 다는 등 여유를 부리다 10분 지각을 했고, 이건희가 지어놓은 암연구동을 못찾아서 십분을 더 헤맸다. 지각생 특유의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건물에 들어섰는데, 참석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다!

“저, 학교에서 신청을 했을 텐데요?”

“없습니다.”

비싼 등록비를 냈으니 잘 듣고 와야 한다고 하더니만, 이게 뭔가. 학교 측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니까 “이상하네요.”란 말만 반복한다.

“지금 등록하려면 얼마를 내야 하나요?”

“40만원이요.”

하지만 내 통장에는 단 29만원밖에 없었고, 조 편성 같은 게 다 끝난 뒤라 이제 합류한다는 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건 아주 사소한 이유지만, 그걸 꼭 들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내게는 없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수서 테니스장이나 갈 껄.’

안그래도 오늘 월례대회가 있다고 시간을 꼭 내달라고 했었고, 아침에 총무가 전화까지 걸었다.

“다른 회원분들(대부분 40대 여자분^^)이 보고 싶다고 난리예요! 좀 오시면 좋겠는데.”

나 역시 회원분들이 보고 싶지만 시간상으로 이미 늦었기에, 학교에 가서 일을 해야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서울역에서 표를 사려고 줄을 섰다. 하지만 한 나이든 남자분이 새치기를 한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다른 줄에 섰다. 그랬더니 나이든 여자분이 또 새치기를 하는 거다. 갑자기 학교에 가기가 싫어져 버린 나는 홀연히 찾아온 설사기를 잠재우려 화장실에 갔다. 만원이었고, 줄까지 서있다. 2층 화장실로 갔다. 청소 아주머니가 네분이나 있고, 제복을 입은 아저씨가 그 중 하나와 얘기 중이었다. 갑자기 화장실 가기가 싫어져 버렸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왔다. 할머니가 “벌써 왔냐.”며 좋아하신다. 오늘은 집에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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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2-0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어찌 보면 일진이 안 좋은 날이라고 볼 수 도 있지만 님을 반기시는 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가셨으니 집에서 열심히 일하셔요~ ^^

세실 2005-12-07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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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100번째 손님이네요~~  이렇게 일진 안 좋은날은 집에서 쉬세요~~~


sooninara 2005-12-0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0만원도 안내주고..ㅠ.ㅠ 학교에선 마태님보고 내길 바란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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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5-12-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통장에 40만원이 있다면 바로 쏴드렸을테지만,
4천원도 없는지라. 하하^^;;

moonnight 2005-12-0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상한 일들이.. -_-;;; 할머니가 기뻐해 주셨으니 마무리는 행복하실 듯. 화장실은 다녀오셨죠? ^^;;;

물만두 2005-12-07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4천만 떙겨달라는 말씀 사실이었군요 ㅠ.ㅠ;;;

마태우스 2005-12-0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그 29만원 얘기 말입니다, 전두환이 했던 말을 따라한 건데 아무도 그 유머를 이해하지 못해서 서운해요.
달밤님/화장실은... 결국 집에 가서 갔습니다. 화장실을 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변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웬 인간들이 그리도 많은지.
다락방님/아이 그거 유머라니깐요!! 음, 4천원도 없으시면 생활은 어떻게 하시나요??
수니님/그런 건 아닙니다. 오늘 전화 왔는데 서울대 측의 실수더군요. "어떡하죠?"라고 전화가 왔어요... 뭘 어떡합니까. 물건너 갔는데...
세실님/집에서 잘 쉬었습니다. 술마시러 나오라는 유혹도 거절하구요^^
아영엄마님/근데 집에서는 역시 일이 안되더이다....하루종일 일한 게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