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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큰별아
황명화 지음 / 창해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발을 밟아도 짖지 않는 개가 있습니다.”는 카피로 유명한 안내견은 골든 리트리버가 주를 이룬다 (다른 종류도 있는지 모르겠다). 개의 천직은 집 지키는 것이고, 집을 지키려면 낯선 이에게 짖어야 한다고 믿는 나에게 있어서 골든 리트리버의 존재는 경이 그 자체다. 외모가 훌륭한 것은 인정하지만, 도둑이 들어도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고 하니 그게 어찌 개라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빨간 코 때문에 따돌림을 받다가 산타의 썰매를 끌게 된 루돌프처럼, 리트리버의 영리함과 친화력은 다른 분야에서 빛을 발해, 앞을 못보는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안내견이 되려면 비장애인과 함께 1년간 사회화 활동을 해야 한다. 즉 같이 할인매장도 가고 택시도 타고 건널목도 건너는 등의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하는데, 이런 일을 해줄 사람을 ‘퍼피워커’라고 한다. ‘사랑해 큰별아’는 퍼피워커로 활동 중인 분이 그 과정에서 만난 개들과의 경험을 쓴 책이다.
제목에 나오는 ‘큰별이’는 안내견으로 훈련을 받던 중 고관절 이형성이 발견되어 안내견이 되지 못했고, 그 덕분에 저자와 더불어 지금까지 살고 있다. 큰별이에게 감정이입을 했기에, 녀석이 안내견이 되지 못한 채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는 대목을 읽을 때는 마음이 아팠고, 여러 번의 위기에서 끝까지 큰별이를 지킨 저자에게 존경심마저 들었다. 안내견이 되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큰별이 개인으로 봤을 때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주인과 살 수 있는데다 그 주인이 무척이나 선량한 분이니까. 어찌되었건 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퍼피워커는 힘든 일이다. 1년으로 예정된 짧은 동거, 그 동안 정을 붙이고 살다가 다른 누군가에게 분양을 해줘야 한다는 건 생각만으로도 슬프다. 저자의 말이다.
“헤어짐에 있어 만반의 준비라는 것은 무의미하다. 어차피 이별이라는 과정을 겪는 동안 나도, 떠나가는 큰별이도 상처를 받고 그리움에 몸살을 앓을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고, 그런 분들 덕분에 극히 일부긴 하지만 몇몇 시각장애인은 혜택을 본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개에게 관대하지 못하다. 큰별이에게 난데없이 이단옆차기를 한 취객, 큰별이를 데리고 매장에 갔다가 들어야 했던 “미친년”이란 욕설, 삼십분 이상 큰별이와 택시를 기다려야 했던 경험 등은 개에 대해 이유없는 적대감을 가진 사람의 숫자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그리고 안내견이 시각장애인의 눈 역할을 하는 게 아직은 어렵다는 걸 잘 보여준다. 개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간사의 고통스러운 일들은 대개 사람들끼리의 문제, 사람을 죽이는 것도, 다치게 하는 것도, 그리고 수없이 벌어지는 각종 파렴치한 행위의 주체는 모두 사람일진대 왜 사람들은 개를 열등한 존재로 보고 미워하는 것일까. 혹시, 다른 사람으로 인해 겪은 고통을 개에게 전가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일까. 하지만 퍼피워커들의 노력에 힘입어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고, 정당한 사유없이 안내견의 출입을 막았을 때는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하는 법규도 생겨났다. 안내견에게 이끌려 길을 걷는 시각장애인을 보는 게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시대가 오기를 기다려 본다. (난 리뷰 끝이 항상 ‘기다려 본다’로 끝나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