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20일(일)
누구와: 미녀셋, 미남 하나, 매너님, 그리고 나.
마신 양: 정신 잃었다
어찌어찌 일요일에 술을 마시게 되었다. 다음날이 월요일이니 무리하진 않을 거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다. 대개 많이 마시는 날은 이런 날이다. 처음 보는 두분의 미모가 특히 뛰어나 놀랐고, 특히 곱창을 먹을 때 내 옆에 계시던 분은 거기에 유머까지 갖춘 훌륭한 분, 난 잘보이려는 마음에서 내가 애지중지하면서 한번도 안쓴 필통을 그분께 드렸다. 거울, 빗, 그리고 형광펜 이런 게 들어있는 필통이 그분께 뭐 얼마나 도움이 되었겠냐만은, 그래도 내 마음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라 믿는다^^. 미모와 유머를 갖춘 그분이 술자리를 주도하고, 원샷을 여러번 외쳤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대목.
한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소시지를 먹었는가 하는 점이다. 1차에서 소시지랑 맥주로 식사를 했다면 2차로 먹은 곱창은 도대체 무엇이며, 3차로 감자탕집에는 또 왜 간 것일까. 안주로 간주하고 넘어가기엔 너무 많은 양, 그렇다면 그들은 아직도 자기 체중의 세배를 먹을 수 있는 ‘성장기’란 말인가.
무척이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만족스럽지만, 아쉬운 건 내가 좋아하는 남자분이 날 속였다는 사실이다.
나: 술 좀 하세요?
그분: 못해요.
나: 아, 그래요? 전 두병 정도 마십니다.
그분: 두병이라..그렇다면 한번 해볼 만하네요.
결과적으로 ‘해볼 만하다.’는 말은 결코 사실이 아니었다. 3차에서 난 결국 바닥에 드러누웠고, 집을 코앞에 두고 택시를 타고 갔다는-그게 과연 가능할까?-뒷얘기를 들었다. 그분은? 3차 가서도 늠름하게 소주를 더 드셨단다. 술을 마실 때 난 언제나 내 전력을 그대로 말하지만,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걸 이제는 좀 깨달아야 할텐데, 상대가 좀 약한 모습만 보이면 광분해서 덤비는 이 버릇은 도대체 언제쯤 고칠 수 있을까. 요즘 몸이 피곤한 탓으로 패인을 돌리고,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다. 참고로 그분은 다음날 문자 메시지로 내게 상처를 줬다.
그분: 술이 덜깨서 머리가 아픕니다.
나: 아, 저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분: 머리 아플 만큼 마시지도 않았잖아요^^
이번주까지가 내겐 고비다. 2주 전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술약속과 학교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무척이나 피곤했고, 그러다보니 주간 서재순위에서 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이번주 월요일에는 90위 권에 내 이름이 있는 걸 보고 어찌나 충격을 받았는지. 리뷰 쓸 게 밀려 있지만 몸이 워낙 피곤해서 집에 오면 컴 앞에 앉기가 어려울 정도, 다음주부터는 다시금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