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11월 9일(수)
마신 술: 소주->고량주->맥주->소주, 새벽 4시에 들어감.
좋았던 점: 미녀 술친구가 늦게라도 합류했다
나빴던 점: 미녀 술친구가 너무 늦게 왔다(세상에, 한시가 뭐야...)
1. 소주한병
학생들과 술을 마시러 가면서, 난 그들의 의사도 묻지 안고 고기집에 갔다. 물어봤자 “아무거나 좋아요.”라고 답할 줄 알았고, 내가 가자고 한 곳의 고기맛이 일품인데다, 실상은 내가 그틈에 고기를 먹고 싶었었나보다. 고기 5인분을 구우면서 물어봤다.
“마지막으로 고기 먹은 게 언제에요?”
“어제요.”
“헉... 어, 어제?”
“사실은 오늘이 사흘 연속이어요.”
그제서야 난 실수한 걸 깨달았다.
“고기 그만 먹고 요 옆에 중국집 갑시다.”
추가로 시킨 소주와 사이다를 반납하면서 계산대 앞에 섰다. 한병을 취소했으니 우리가 마신 소주는 두병.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와 종업원은 세병이라고 우겼다.
“처음에 두병 시켰잖아요. 그리고 두병 추가했다 하나 취소하니까 세병이죠.”
아니다. 처음에 시킨 소주는 한병이었다. 첫잔을 원샷하고 나니 두 번째 잔을 채울 수가 없어 두병을 추가로 시킨 거다.
“처음에 한병 시켰어요.”
내가 그집에 한두번 간 것도 아니고, 소주 한병값 아껴서 재벌 될 마음도 없다. 멀쩡한 정신을 가진 학생들과 내가 아니라고 하면, 마땅치 않더라도 속아주면 안되나. 하지만 종업원은 다른 테이블에서 내놓은 소주 빈병을 들고와서 “이거 니네가 먹었잖아!”라고 윽박지른다. 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여기 또 올텐데 이왕이면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게 해주세요.”
주인아줌마는 말한다.
“손님이 정 그렇게 우기시면 두병 마신 걸로 해드릴께요.”
‘해드릴께요’가 아니라, 우린 진짜 두병 마셨다. “저희가 잘못 적었나 봅니다.”라고 한발 물러서주면 좀 좋은가? 중국집에 간 나는 한동안 분을 삭이지 못했고, 아무리 고기가 맛있더라도 저집에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안가는만큼 그집은 손해일 터, 소주 한병보다 더 큰 걸 잃었다는 걸 그 아줌마는 알까.
2. SMS
발신자표시 서비스보다 더 유용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SMS 서비스, 즉 신용카드를 쓰면 바로 문자메시지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한달에 300원인가 내는데 그것 때문에 뿌듯한 적이 많다.
언젠가 휴대전화를 사는데 카드가 잘못 그어졌다고 다시 카드를 달란다. 하지만 문자 메시지가 온 걸로 보아 카드회사에서는 승인이 난 게 틀림없었다. 휴대폰 판매점에서 우겨서 카드를 다시 줬지만, 카드사 측에 연락해서 한번 승인된 건 취소할 수 있었다. 이거야 액수가 크니까 두 번 찍히면 티가 팍 나겠지만, 술값 같은 건 경우가 다르다. 지난 금요일, 맥주집에서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줬다. 종업원은 전화를 받으면서 카드를 그었는데, 그 바람에 카드 전표가 나오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주인아줌마는 다시 카드를 달라고 했지만, 난 그 액수가 승인된 문자메시지를 보고 “승인 난거니 못주겠다.”고 했다.
“종이가 안나왔는데 어떻게 승인이 될 수 있냐. 내놔라.”
“안된다. 이 메시지를 보라. 이미 승인이 났지 않느냐.”
옆에서 보고 있던 주인아저씨, “정말 미치겠네. 아니 왜 우리들 말을 믿질 않는거요?”
난 삼성카드로 전화를 했고, 그 다음부터 싸움은 내 몫이 아니었다. 주인아주머니가 열나게 소리를 질러대는 동안 난 테이블로 가서 남은 맥주를 마셨다. 현금을 내고 승인을 취소시키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내가 SMS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같은 액수를 두 번 계산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SMS, 나같이 카드를 휘두르며 다니는 사람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긴 하지만, 다음날 내가 그은 흔적이 문자 메시지에 그대로 남아 있는 걸 확인할 때면 가슴이 아파온다.
“엥? 내가 이렇게나 많이 썼어? 크, 큰일났다. 파산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