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신부’를 본 것은 이런 이유였다. ‘네시부터 술마시면 너무하니까’. 극장에 갔더니 시간대가 맞는 게 유령신부밖에 없었고, 동기가 그렇게 불순해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내내 ‘술을 어디서 마시지?’같은 생각만 했다. 한시간 10분의 짧은 상영시간이 다행으로 느껴진 건 내가 너무도 술이 고팠거나, 팀 버튼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 소치일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난 미녀 둘과 술을 열심히 마셨다. 소주, 맥주, 그리고 다시 소주.
1차: 대학로에 있는 식당인데, 이름은 모르지만 사람은 늘 바글거리는 곳이다. 거기서 난 묵은지가 가득 들어있는 찌개에 소주를 마셨다. 우리 테이블이 야외였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맛있겠다.”고 말하곤 했다. 그들에게 난 한점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었다. 그 묵은지의 맛과 황홀한 국물을 어찌 잊겠는가.
2차: ‘해적선’이라는 생맥주집에 갔다. 500cc 짜리 잔이 얼음으로 되어있는 그 집은 다 마시고 나면 그 얼음을 던져서 과녁에 맞추는 경우 음료수나 안주 같은 선물을 준다. 그것 때문에 난 열심히 생맥주를 마셨는데, 정말이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술집이다. 내가 11월 중 번개를 한다면 필경 어제와 같은 코스로 가리라. 던지기에 자신 있는 알라디너 분들, 열심히 연습해 놓으세요.
3차: 미녀 하나가 조개구이를 잘하는 집이 있다고 한성대 입구까지 우리를 끌고갔다. “어, 문 닫았네?”하고 나자빠지는 그녀, 할 수 없이 우리는 근처 아무데나 들어갔다. 안주가 조개가 아니면 어떤가. 좋은 친구인 그녀들과 있으면 즐겁기 짝이 없는데. 그녀들 역시 “우리끼리 있으면 너----무 재밌지 않아요?”라고 말했는 걸 보면, 우린 정말 궁합이 잘 맞는 친구들이다.
“팀 버튼에게 죽음이란 이렇게 사람들의 관계를 갈라놓는 무시무시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분은 이 영화의 소감을 이렇게 멋들어진 언어로 정리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이 유령의 존재를 모른 채 결혼서약을 하다가 시련을 겪는 걸 보면서 내가 느낀 건 이거 하나였다. “엉뚱한 여자에게 사랑 고백을 하면 무지하게 고생한다.”
여성은 누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면 그 남자를 다시 본단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술김에 좋아한다고 말했던 여자 중 하나는 그 후 날 집요하게 괴롭혔었다. 취중진담이란 말은 내게는 진리가 아니었는데, 하여간 그 뒤부터 난 술을 마실 때 그런 얘기를 할까봐 조심한다. 어젠 혹시 실수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