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얼룩진 영화가 폭력에 대한 욕구를 대리만족시킴으로써 사회 평화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폭력을 더 부추기는가. 무술영화를 보고 밖에 나가면 나도 한번 무술실력을 발휘하고픈 마음이 든 적도 있고, 영화 속의 폭력이 너무도 지나쳐 평화롭게 살고픈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로라 공주’는 최소한 내게는 전자에 속하는 영화였다. 친일파는 물론이고 가공할 국가테러에 대해 책임져야 할 애들이 응징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면서, 그리고 용서와 어설픈 봉합으로 점철된 우리나라의 드라마들에 짜증이 나던 터에, 악은 언제나 응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오로라공주’에게 어찌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겠는가.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어떤 말도 스포일러가 될 터이니 두가지만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키스씬.

이 영화에서 대단한 것은 극중 조연이 엄정화와 키스씬을 한 것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햄버거’로 나오는 뚱뚱하고 안생긴 남자배우가 그 주인공인데, 남자 주연이 여자 조연과 키스씬을 벌이는 일은 흔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할만하다. 게다가 엄정화가 좀 섹시한 여배우인가? 그 장면을 보면서 “조연도 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둘째, 때린 후 묶자.

‘네트’라는 영화에서 배에 탄 산드라 블록은 자기를 죽이려는 남자를 술병으로 후려쳐 쓰러뜨린다. 그 다음에 그녀는 선실로 들어가 디스켓을 찾는데, 당연한 귀결이지만 그 남자는 다시금 일어나 그녀를 괴롭힌다. 한번 때려서 남자가 쓰러진다 해도 그건 진정으로 쓰러진 건 아니다. 몇 번은 더 쳐야 다시 못일어날 테지만, 그게 너무 잔인하게 느껴지면 손과 발을 묶기라도 해야 한다. ‘오로라공주’에서 엄정화는 골프채로 남자의 머리를 가격하는데, 그 후 방심하다가 남자에게 역습을 당하고 만다. 남자 역시 엄정화를 쓰러뜨리고 전화를 거는 여유를 보이다 치명적인 일격을 당하는데, 도대체 왜 상대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때리고 묶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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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5-11-07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글을 남기긴 처음이네요.
너무 우스워서 하하하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때리고 묶자" 명언입니다.

마태우스 2005-11-0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안녕하세요? 호호, 리뷰 쓰고 허섭해서 어쩌나 싶었는데 웃어 주시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코드도 맞는 거 같으니 앞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해요.

하루(春) 2005-11-07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기다 저 책을 넣으셨어요? 인상적이었던 스틸을 넣어주세요.

다락방 2005-12-06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리고 묶자, 에 올인.

마태우스 2005-12-0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홋 다락방님, 님도 꼭 그렇게 하세요. 사진이 정말 잘나왔네요^^
과일님/호호 그렇죠?
하루님/그게요...다 제 귀차니즘 때문이죠.

하늘바람 2005-12-08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리고 묵자 너무 웃겨요. 그런데 저 이영화 보고팠는데 놓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