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님이 쓴 책의 리뷰를 알라딘에 썼다. 모든 저자들이 다 그렇게 인터넷 리뷰를 관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승호님은 내 리뷰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심지어 그 다음에 나온 책의 날개에다 “마태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써주기까지 했다.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끔씩 메일을 주고받던 중 “언제 술이나 하자.”는 말이 나왔고, 어제가 바로 그날이었다. 저자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인지라 난 평소 흠모하던 미녀 두분을 불렀고, 그분 역시 내가 궁금하다는 미녀를 동반하고 와, 다섯명으로 시작된 멋진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키위소주와 맥주로 1차를 했고, 야외에 테이블이 있는 곳에서 생맥주를, 기가 막히게 맛있는 알탕과 더불어 3차를 했다. 노래방에서 4차를 하러 갔을 때는 이미 새벽 4시였고, 한시간어치 돈을 냈는데 나올 때 6시가 다 되었던 걸 보면 서비스를 무지하게 넣어 줬나보다.
인터뷰를 전문으로 하는 분답지 않게 지승호님은 다소 수줍어하는 성격이었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유머는 대부분이 평점 5.0을 넘지 못했다(죄송합니다...제가 좀 냉정합니다). 하지만 어제 모임은 정말이지 즐거웠는데, 그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났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중 하나가 북진통일과 ‘여자도 군대 보내자!’를 외치는 사람이었다면 술자리가 새벽까지 이어지지도 않았으리라. 지승호님의 진가가 발휘된 건 노래방에서였다. 말로 할 땐 몰랐는데 노래로 들은 지승호님의 목소리는 아주 좋았고, 가창력도 아주 훌륭했다.
평소 12시만 넘기면 술에 취해 도망가기 바빴던 내가 밤을 꼴딱 새울 수 있었던 비결은 대화의 자리가 워낙 즐거웠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1차에서 약한 술을 먹었던 탓도 있다. 술이 앞에 있으면 참지를 못하는 나는 늘 벌컥벌컥 술을 들이키다 맛이 가곤 하는데, 어제 1차에서 마신 맥주와 ‘가야’의 명품인 키위소주는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불혹을 눈앞에 둔 내가 밤을 샜다는 건 하여간 의미있는 일이리라. 노래방에서 막판에 한 이십분 가량 자버린 것, 그리고 곧바로 직행했던 테니스장에서 실망스러운 플레이를 펼친 게 옥의 티였지만, 유명 저자와 술을 마신데다 참석해주신 분들과 친해졌다는 뿌듯함이 하루종일 자고 난 지금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