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여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합니다. 반론을 통해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자는 왜 떠나간 남자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가?”

파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를 읽다가 생긴 의문점이다.


스카페타는 미모의 법의국장이며, 연봉 10만불을 넘게 받고 좋은 집에 산다(일하는 걸 보면 더 받아도 된다고 생각할만큼 열심이다). 그녀는 대학 시절 법대 동창인 마크와 깊은 연애를 했다. 그러다 마크가 떠났다. 마크는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헤어질 때 하는 미안하다는 말, 그말처럼 공허한 말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스카페타는 마크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한다.

“마크 그 사람은 한 여자한테 충실하는 데 문제가 있는 사람이에요(하트잭 1권, 209쪽)”

스카페타는 나중에 토니라는 남자와 결혼하지만, 그 결혼은 오래가지 못한다.

“토니는 날 진정으로 생각해 주지 않았어요. 그걸 깨달은 순간 난 그 사람과 헤어졌죠(같은 책)”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엔 토니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설마 토니가 진정으로 스카페타를 생각해주지 않았을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아닐 확률이 더 높다. 내 생각에 스카페타의 마음엔 여전히 마크가 들어 있어서 토니의 진정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을지 모른다.


이에 대한 증거는 다시 만난 마크에 대한 스카페타의 태도다. 콘웰의 두 번째 작품 <소설가의 죽음>에서 스카페타에게 마크가 찾아오는데, 그는 아내를 저세상으로 보낸 후였다. 자신이 그를 떠났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다른 여자를 택하느라 자신을 버린 남자라면 안좋은 감정을 갖는 게 그럴듯하지 않을까? 하지만 스카페타는 여전히 마크의 목소리에 가슴이 뛰었고, 나중에 그와 한다. <하트잭>에서 그녀는 이런 말도 한다.

“난 마크를 원하는 거지, 그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

이건 스카페타가 부인이 떠났다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버린 마리노라는 경찰에게 하는 말인데, 자기는 자기 앞가림을 하고 사는데 너는 왜 그러냐는 질책이다. 하지만 그녀가 마크를 원한다면 그건 마크의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니, 그녀의 말이 반드시 맞는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한차례 버림을 받고서도 스카페타가 계속 그를 원하고 있다는 것. 남자도 그럴까? 다른 남자를 택하느라 날 떠난 여자가 없어서 말은 못하겠으나 여자의 일시적인 바람도 참아내지 못하는 남자들의 속성을 보건대 그리 관대할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대한 반론. 첫째, 스카페타는 소설의 주인공이지 실제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난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인 콘웰이 스카페타에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거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가, 특히 콘웰처럼 직업 소설가가 아니었던 사람들은 대체로 그런 경향이 있지 않는가? 실제 콘웰도 남편과 이혼했다(토니와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두 번째. 스카페타가 모든 여성을 대변해주지는 않는다. 뭐 여자라고 다 그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여성들 중엔 그런 여성이 꽤 있다. 헤어진 남자가 술먹고 홧김에 한 전화에 감격해서 “그가 아직 나를 잊지 못했나봐”라며 좋아하던 여성도 생각이 나고, 남자가 자기를 전혀 안좋아하는 게 뻔함에도 실날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던 여성 생각도 난다. 막판 반전이 있긴 했지만 <홍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의 엄마는 장기간 바람을 피우다 돈이 떨어지면 집에 오는 남편을 위해 정성껏 밥상을 차린다. 이런 일련의 경험으로 보아 일부 여성에게는 자기를 차버린 남자에게 미련을 갖는 속성이 있고, 다른 여자를 택하느라 그 여자를 버린 남자가 결국 채이고 다시 돌아오는 뻔뻔함을 보이는 것도 그런 속성에 기대고자 함이 아닐까? 남자들이 바람을 피운 여자를 용서하지 않는 것처럼, 여성들도 바람을 피운, 그래서 자기를 떠난 남자에게 좀 가혹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남자의 바람은 생물학적 특성”이니 어쩌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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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5-10-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ㅋ님/앗 그런가요? <소설가의 죽음>에선 마크가 다른 여자랑 결혼하면서 자길 버렸다고 되어 있던데... 그게 틀리면 이 글의 전제조건이 날라가버리니 한번만 봐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부리 2005-10-13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훌륭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 좀 미련한 놈인 것 같아요.

물만두 2005-10-13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태우스님 스카페타가 버리고 결혼한겁니다... 사랑이 식어 결혼한게 아니니까 미련이 남았겠죠...

진/우맘 2005-10-13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그 책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굳이 남자뿐 아니라, 여자중에도 그런 사람 많지 않나요? 저, 저도 술 먹고 옛날 남자친구에게 전화 마니 해 봤는데....ㅎ...ㅎ...^^;;;

수퍼겜보이 2005-10-13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개인차가 있겠죠. 저는 한 번 끝이면 끝이거든요. 아, 그리고 요즘은 부인이 바람 피우면 상당수 남자들이 그냥 용서할테니 제발 이혼하지 말자고 한다네요. 득실을 따져볼 때, 새장가 들기는 어렵고, 익숙해진 부인이 차려주는 밥이니 빨래 받아먹는 게 이익이라서일까요? 부인들이 남편을 용서하는 이유도 사실 벌어다주는 돈때문인 경우가 많지요.

하이드 2005-10-13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니는 날 진정으로 생각해 주지 않았어요. 그걸 깨달은 순간 난 그 사람과 헤어졌죠(같은 책)”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엔 토니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설마 토니가 진정으로 스카페타를 생각해주지 않았을까?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아닐 확률이 더 높다. 내 생각에 스카페타의 마음엔 여전히 마크가 들어 있어서 토니의 진정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을지 모른다.

: 토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요. 근데, 무슨 근거로 아닐 확률이 더 높다고 하시나요? 뒤로 갈수록 케이의 사랑 이야기가 더 나오는데요.

: 그리고 마크는 '한 여자한테 충실하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 맞습니다. 더 가면 스포일러가 될테니, 여기까지만.

“난 마크를 원하는 거지, 그가 필요한 건 아니니까”

이건 스카페타가 부인이 떠났다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버린 마리노라는 경찰에게 하는 말인데, 자기는 자기 앞가림을 하고 사는데 너는 왜 그러냐는 질책이다. 하지만 그녀가 마크를 원한다면 그건 마크의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이니, 그녀의 말이 반드시 맞는 건 아니다

: 원하는것과 필요한건 틀리지요. 전 숨쉬기 위해 '공기' 가 필요하지, '공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마태우스 2005-10-14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토니에 대한 해명; 그냥 추측이죠. 스카페타가 바보는 아닐진대 자기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그래서 아닐 확률이 높다고 한 겁니다. 어느날 갑자기 토니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면 그건 그녀가 아직도 마크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전 이게 스카페타의 말장난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마크를 잊지 못하고 그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나요? 공기를 가지고 비유를 하셨네요. 평소에는 공기를 필요로만 하겠지만, 숨을 못쉬면 신선한 공기를 원하게 되겠지요. 스카페타의 심정이 바로 그런 게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 거구요,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겠지요.
수퍼겜보이님/네...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우맘님/아 네.... ^^ 오랜만이네요.
속삭이신 ㅎ님/아 그래요... 제가 잘 모르는 세계라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만두님/님이 그렇다면 그게 맞겠죠. 죄송합니다
속삭이신 ㅋ님/아니 저런 자료도 다 있답니까? 실제 인물 같네요. 대단하십니다.
부리님/매번 감사합니다. 님같은 분을 저는 존경합니다.

클리오 2005-10-14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미련'이라는 건 얼마나 사랑했느냐의 문제가 아니겠어요. 저는 남자 중에서도, 바람나서 떠나간 애인이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사람도 봤거든요... 그리고 이건 딴 이야기지만.... 전 왜 '스카페타'를 볼 때마다 여태까지 '스타카페'로 읽었을까요. 정말 생각하는대로 보인다니까요... --;

2005-10-15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