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가의 죽음 1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거의 안읽고 사춘기를 보낸 나지만 그래도 추리소설은 좋아했던 것 같다. 김성종의 소설들은 야한 게 좋아서 읽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지만, 어릴 적 셜록 홈즈를 겁나게 좋아했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에 열광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내게는 추리소설의 피가 흐르는 듯하다. 그러고 보면 내가 독서를 별로 안하게 된 것도 코난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티가 죽고 난 이후 마음에 드는 추리작가를 찾지 못한 탓도 있을 것이다(별 핑계를 다 대는군...). 나이가 들어 책을 좀 읽게 되었을 때도 나는 법정스릴러를 쓰는 존 그리샴, 의학스릴러를 표방하는 로빈 쿡 등의 작품을 읽곤 했지만, 그 작품들은 추리에 대한 내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가 바로 파트리샤 콘웰, 첫 작품인 <검시관>을 물만두님한테서 받았고, <사형수의 지문>은 사서 읽었다. 두 작품을 읽고 난 뒤 난 우리나라에 나온 콘웰의 작품을 다 샀다. <소설가의 죽음>은 그러니까 콘웰의 두 번째 작품이자 내가 읽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소설은 재미있었다. 희미한 실같은 단서들을 잘 꿰맞춰 진실에 다가가는 콘웰의 능력에 찬사를 보낼 수밖에. 하지만 겨우 세 개밖에 안읽었지만 콘웰의 작품에서 벌써 상투성이 느껴진다. 주인공이 늘 같은 사람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하려 해도 다른 작품에서 봤던 장면들이 번번이 나오는 건 아쉽다. 늘 누군가로부터 모함의 대상이 되는 스카페타는 이번 작품에서 원고를 훔쳐갔다는 의심을 받고, 언제나처럼 범인과 격투를 벌인다. 그녀의 상사가 안전에 주의하라고 얘기를 그렇게 했고, 범인이 그녀를 노린다는 걸 알고 있다면 좀 대비를 해야 하건만, 왜 매번 혼자 있다가 위기를 자초하는 것일까.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스카페타 시리즈는 내가 간만에 만난 멋진 추리소설인 것은 틀림이 없으며, 10월의 남은 날들을 난 스카페타와 같이 보낼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추리소설은 젊을 때 읽어야지 나이들어서는 읽기가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어릴 적엔 사소한 단서도 다 머릿속에 입력시켰는데, 머리가 굳어진 지금은 그게 안된다. 1권 끝부분에 가면 앞부분을 몽창 까먹고, 2권을 읽을 땐 1권의 기억이 전혀 없다. “범인은 랜스 버크만과 대학 동창이라고 했어요”라는 구절에선 “버크만이 누구더라?” 하면서 앞부분을 뒤적거려야 했고, 범인의 직장이 청계천 부근이라는 걸 알고 스카페타가 놀랄 때는 청계천이 범행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기 위해 1권을 뒤적여야 했다. 추리소설이 지능 발달에 도움을 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머리가 좋을 그때가 아니면 추리소설을 읽기 힘들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중년에게는 역시 멜러 소설이 제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