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력3반>의 예고편을 보다가 주연으로 나온 허준호가 꽤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바다>라는 드라마에서 깡패로 나올 때, 난 그가 진짜 깡패인 줄 알았다. 잘생기지 않으면 성공 못한다는 고루한 관념에 빠져있던 내게 허준호의 성공은 그래서 이례적이었다. 깡패 이미지나 겨우 소화하지 않을까 했던 내 예상을 깨고 <실미도>에서 멋진 교관으로 나오는 등 종횡무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휘젓고 있으니까. 나보다 못생겼음에도 불구하고-하하, 조크인 거 아시죠?-허준호가 뜨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가 연기를 잘하기 때문이다. 연기라는 거,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노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잘 못하는 배우는 수두룩하며, 장족의 발전을 한 차인표나 장동건도 허준호에 미치지 못한다.
나이어린 문근영에서 보듯 연기는 어느 정도 타고나는 측면이 있고, 부모가 연예인인 경우에는 그래서 유리하다.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 같은 최민수가 폼생폼사로 대성했고, 추상미가 분위기 있는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것도 자신의 노력에 더해진 유전자의 힘 덕분이 아닐까? 허장강이나 최무룡 등은 잘 모르지만, 남자인 나도 녹일 것 같은 연정훈의 살인미소에서 난 연규진의 이미지를 본다. 늘 미소띤 얼굴로 우리에게 웃음을 주던 그 모습을.
예전만 해도 2세 연예인들에게 난 그다지 관대하지 못했다. 잘생긴 외모와 돈으로 띵까띵까 놀다가 달리 할 게 없으니까 부모의 빽을 믿고 연예판에 뛰어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거다. 하지만 TV와 영화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는 2세 연예인들을 보면서 마음을 바꾸어, 역시 끼라는 건 대물림되는 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그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십여년 후에는 손지창-오연수, 하희라-최수종, 한가인-연정훈 등 연예인커플의 아이들이 성년이 된다. 그들이 연기자로 데뷔해 지금 활동하는 2세 연예인들을 능가하는 끼를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간다. 허장강은 물론이고 전영록과 이덕화의 아버지는 내가 몰랐지만, 십몇년 후가 되면 난 연기자로 데뷔한 2세들로부터 그네들의 모습을 찾으려 애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