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올리고 나서 잠시 서재를 서성이다 단잠님의 글을 읽었다.
그 글을 통해 북플이라는 게 새로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리고 다음 구절을 읽었을 때는 깜짝 놀라버렸다.
[ 기존 즐겨찾는 서재님들에게 새롭게 '친구신청'을 했는데 아직 '수락'이 내려지지 않은 서재들이 많다는 점이다. '북플'을 사용하지 않는 서재님들일거라 생각된다. (혹은 '완곡한 거절'의 표현인걸까...)
혹시 기존 서재님들 가운데 북플을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서재관리'-'친구 서재'-'팔로워' 항목을 한번씩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아마 친구추가를 기다리는 서재님들이 있을거라고 생각되네요.]
혹시나 싶어 단잠님이 시키는대로 팔로워 항목을 들어가 봤다.
오, 세상에나.
120명여명의 서재 친구들이 친구신청을 해놓고 있었다.
언제나 든든하게 날 지지해주신 레와님,
이젠 지기지우가 된 다락방님,
그리고 수많은 낯익은, 혹은 낯설지만 닉넴만으로 정겨운 알라딘마을 분들이
내 '수락'을 기다리고 계셨던 거였다.
황급히 수락을 하면서,
내가 수락을 하지 않은 걸 혹시 '완곡한 거절'의 표현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셨기를 빌었다.
서재에 글을 쓸 때면 가끔씩 십년 전 생각을 한다.
서재에 이틀간 글을 안썼더니 무슨 일이 있냐고 걱정하는 마을회의가 열렸던 그시절을 말이다.
한 3년 뒤부터는 글을 좀 뜸하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번은 알라딘 서재에 들러 그날 소식을 점검했다.
요즘은 한달 이상 글을 쓰지 않아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
마음으론 알라딘이 내 친정이고,
언제든 와서 징징거릴 수 있는 마음의 휴식처라고 여기지만,
가끔은 내가 여기서 잊혀지지 않을까 겁이 난다.
어쩌다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너무 멀리 와버렸다고 느낄 때가 있다.
지금 나이쯤 되면 좀 여유있게 인생을 즐기면서
하고픈 일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여유는커녕 하루하루가 너무 고되다.
이 모든 걸 초래하는 원인이 바로 나고,
바쁘다는 건 좋은 거라고 남들이 그러지만,
그게 정말 좋은지 잘 모르겠다.
미생에서 비리를 저지른 박과장에게 장그래가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언제부터 순간을 잃기 시작한 겁니까?"
꼭 내게 하는 말 같았는지
그 말이 2주 넘게 귓가에서 맴돌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