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모임을 거의 안하다시피 하는데 왜 카드값은 그렇게 많이 나오는가,

지난 일년여 동안 날 괴롭힌 수수께끼였다.

답을 알아내진 못했어도 카드결제일은 어김없이 다가오는데,

어디서 돈 나올 곳이 없을까 머리를 굴리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원래 기업은행 통장이 있었는데 학교에 입주한 은행이 바뀌면서

기업은행을 거의 이용하지 않게 된 게 말이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어 ARS를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21만원이라는,

알토란같은 돈이 입금돼 있다.

잘됐다 싶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통장을 해지하기로 했다 (통장과 현금카드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천안에 있는 여러 개의 기업은행 지점 중 내가 택한 곳은 나사렛대 지점.

좀 한적한 곳에 있어서 차 세우기가 편하리라고 생각해서였는데,

과연 그랬다.

차를 세우고 은행에 가서 별 생각없이 번호표를 뽑는 순간,

어디선가 광채가 나는 게 보였다.

“뭐지? 누가 플래시를 비추나?”라는 생각에 빛의 근원지를 봤더니,

이럴 수가.

매우 청초한 미녀가 앉아서 고객을 마주하고 있다.

천안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시하는 거지 뭐)

천안, 그것도 코딱지만한 나사렛대 지점에

그런 미녀가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

이왕이면 그 미녀한테 업무를 보려고 했지만

세상 일이란 건 뜻대로 안되는 법,

달랑 두 개 있는 창구 중 내 번호를 누른 쪽은 안미녀 쪽이었다.

“해지해 주세요”라고 말을 하고 난 뒤

그냥 취소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해가 있을까봐 미리 말하자면 그녀한테 뭐 어떻게 하겠다는 건 절대 아니다.

내게는 절세미녀로 소문난-사실은 내가 소문낸, 실체는 확인된 바 없는-아내가 있는데

내가 왜 다른 여자를 생각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괜히 해지했나?’라고 후회한 이유를 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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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9-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 내로 그 지점에 가서 다시 계좌를 트지 않을까에....제 손모가지에 난 억센 털 하나를 걸지요.

마태우스 2014-09-25 08:03   좋아요 0 | URL
생각해봤더니 계좌를 트는거 말고도 은행에 갈 방법이 많이 있드라구요 보험도 그렇고 ㅎㅎㅎ 참 손에 있는 털은 한번깎으면 잘 안자라지않을까요 우리나이면

다락방 2014-09-2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드값 감당이 안돼요 ㅠㅠ 그래서 신용카드를 하나만 남기고 죄다 해지했어요. 이게 분명 제 재정상태에 어떻게든 도움을 줄거라고 근거없이 믿고 있습니다. ㅠㅠ


마태우스 2014-09-28 17:39   좋아요 0 | URL
카드는 하나인 게 좋죠 두개면 정말 감당이 안됩니다.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BC카드랑 삼성카드 두개를 쓸 때는 현ㄱ ㅅ ㅂ ㅅ 도 이용하고 그랬어요 ㅠㅠ

레와 2014-09-2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큰거, 예를 들면 명품백이라든가 백화점 쇼핑을 이틀에 한번씩 한다든가, 이런적도 없는데 왜 항상 카드값은 많이 나올까요. 미스테리입니다. ㅠ_ㅠ

마태우스 2014-09-28 17:38   좋아요 0 | URL
레와님도 그러시군요 호호호. 제가 궁금해서 인터넷 들어가 명세서를 봤더니요, 글쎄 기차값이 56만원인 거 있죠. 서울에 정말 많이 다니긴 다니는 듯.ㅠㅠ 그리고 거기다가 글세.....이하생략입니다.ㅠㅠ

moonnight 2014-09-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와 같은 미스테리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네요. 왠지 위로가 된다는. ㅠ_ㅠ; 저도 다가오는 결제일을 어떻게 넘길까 고민중이랍니다. ㅠ_ㅠ;;;

마태우스 2014-09-28 17:37   좋아요 0 | URL
결제일이 한달에 한번이라 다행이어요,라고 쓰려다생각해보니 신용카드 결제일이 일주일마다라면 사람들이 소비를 훨씬 줄일 거라고 책에 쓰여 있더군요. 당장 돈을 안내도 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소비를 더 많이 한다네요. 우리 모두 결제일 잘 넘기면서 삽시다

순오기 2014-09-25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의 이런 솔직함이 좋아요~ ㅋㅋ
강연에서 보여준 사진을 보면 미인아내가 분명하던 걸요.
알라딘에 한번 올려야지 싶어 PT 자료 찍어두었는데...^^

마태우스 2014-09-28 17:35   좋아요 0 | URL
앗 그러셨군요 근데 제 아내는 사진보다 실물이 훨 예쁜 스탈인데 그거 감안해서 뽀샵좀 해주시길...^^

페크pek0501 2014-09-29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오해하지 않겠습니다. 보기만 해도 좋은 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요즘 저는 티브이 드라마에서 태양이로 나오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이름 검색해 보니
그의 이름은 서하준이네요. 팬입니다. 꼭 친정에서 재방송으로 보게 되는 드라마의 주인공 남자예요.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팬이니까 저도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마태우스 2014-10-02 05:39   좋아요 0 | URL
오해 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라마에서 태양이로 나오는 남자라면, 흠. 제가 안보는 드라마인가 봐요. 지난주 야구 땜시 장보리 결방한다고 해서 제발 비와서 야구 취소되라고 했더랬지요^^ 암튼, 오해하지 않겠습니다 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