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 새벽에 테니스를 치러 나갔다. 이틀 내내 70을 넘긴 분과 한편이 되었다. 그분이 연배도 많고 실력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터라 역시 A급이 아닌 나와 한편이 되면 전력이 일방적으로 열세임은 분명하지만, 그분은 한사코 나랑만 같은편이 되려고 한다. 이유인즉슨 내가 발이 워낙 빨라서 그분이 맡아야 할 구역까지 책임져 줘서 그런 것도 있을테고, 결정적인 이유로 난 절대로 경기 중에 그분을 구박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니스는 즐겁자고 하는 거지만 승부에 연연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고, 그래서 그분한테 노골적으로 핀잔을 주기도 한다. 자기도 잘하려고 하는데 야단을 맞고나면 얼마나 서러운지 당해본 사람은 안다. 내가 테니스를 잘 못칠 때, 경기 내내 쫑알대며 눈을 부라리는 친구랑 테니스를 칠 때, 라켓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었다.


아무튼 난 그분과 먹고 어제 경기를 두 번 다 이겼다. 어제 난 정말 대단했다. 코트 전체를 빠른 발로 휘젓고 다녔다. 대단하기는 그분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구역으로 공이 와도 나한테 “어이, 공온다!” --> 내가 가서 받는다

-어정쩡하게 서있다가 패싱을 당한다 “아이쿠 당했네!”--> 하지만 내가 죽을 힘을 다해서 받아넘겼다. 그걸 보고 남들이 다 기절하려고 했다.

-내가 겨우 받아넘겼더니 그 다음 공을 네트에 갖다박는다--> 다리 힘이 쫙 빠진다.

-출근 시간 때문에 바빠 죽겠는데 그분은 무사태평이었다. 공 주우러 가는 데 대략 한나절... 그래서 웬만한 공은 다 내가 달려가서 주웠다.


이렇게 빛나는 활약을 하면서 두 게임을 모두 6-5로 이겼다. 그러고 출근을 했는데, 정말이지 다리 아파 죽는 줄 알았다. 두게임을 뛰었지만 사실상 네 게임을 뛴 것과 운동량이 비슷했으니까. 기차에서 계속 자느라 천안역을 지나칠 뻔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내내 잠만 잤다. 총장이랑 간담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졸다가 옆 사람이 깨워줘서 일어났다. 그 피로는 술을 먹어도 가시지 않았다.


오늘 테니스장에 또 갔다. 어제 모르고 집에 와서 라면을 먹었기 때문에 기필코 운동을 해야 했다. 갔더니 그분이 날 보고 겁나게 반가워한다. 자기랑 먹고 한게임 치잔다. 쳤다. 두 번 다 졌다. 오늘도 난 열심히 뛰었지만 상대한 팀이 어제보다 훨씬 강했고, 피로가 덜 풀려서인지 몸이 어제 같지 않았다. 내일 또 나오란다. 나도 좀 잘하는 사람과 한편이 되어 멋지게 이기고 싶은데, 언제까지 그분과 같은 편을 해야 할까. 하여간 이놈의 인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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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7-1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피로는 술을 먹어도 가시지 않았다....크으~
어딜 가나 인기 좋으신 마태님^^

인터라겐 2005-07-1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인기관리 힘드시겠어요...

줄리 2005-07-15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하여간 마태님의 인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리 많으니 큰일입니다요. 다 안다구요. 마태님은 오로지 '녀' 그중에서도 '미녀들' 한테만 인기를 바라고 계시겠지만... 세상이 모두 마태님 뜻대로 돌아가는게 아니라구요^^

미완성 2005-07-15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마태님.
그분을 도와주시고 이해하는 마태님의 착한 마음과 행동이 쌓여서 언젠간 저 같은 미녀를 만나도록 도와줄 거예요. 그러니 힘내세요. 장마철에도 테니스에 열심이시라니, 정말 멋져요.

마냐 2005-07-15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여간...인기 때문에 큰일입니다. 진심으로 걱정을 해드려야할 것 같슴다. 저런저런...쯧쯧........

꾸움 2005-07-15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ㅎㅎㅎ
하여간 그너메 인기가 문제라니까요. ^.^ ㅎㅎㅎ...

클리오 2005-07-15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헐~ 연세가 많으셔도 운동은 하시고 싶겠지만, 70대에 테니스는 무리라고 생각되는데 우리 팔팔한 마태님께서 고생하시겠군요... ^^

마태우스 2005-07-15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70대면 좀 무리죠...워낙 뛰어다녀야 하는 운동이니깐요. 사실 전 친구들이랑 쳐도 겁나게 뛰어다닙니다^^
꾸움님/그러게 말입니다. 호홋
속삭이신 분/님 서재에 댓글 달았어요. 진작에 알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냐님/그래도 제가 날씬해지면 그분 덕인 거죠^^
사과님/모든 걸 이해해주시고, 저같은 탕아를 받아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줄리님/피, 전 반드시 세상을 제 맘대로 돌릴 겁니다. 두고보세요
인터라겐님/님도 그렇지 않나요? 글 보니까 장난이 아니시던데..^^
별사탕님/호홋, 제가 너무 잘난체 하니까 얄밉죠^^ 겸손해야 한다 마태야. 이놈, 마태야.

니르바나 2005-07-16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테니스 코트에서 도를 닦으시네요.
평상심이 道라 하였거늘 완벽한 평상심을 실천하셨네요.
도량은 테니스 코트. 주인공은 마태우스님

예쁜토마토 2005-07-1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넘 무리하지 마세요~

마태우스 2005-07-16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아이 머 그렇게까지...^^ 부끄럽습니다.
예쁜토마토님/무리해서 살 뺄래요. 님 앞에 떳떳이 서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