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술일기가 술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걸 요즘엔 좀 망각한 듯 싶다....
일시: 7월 6일(수)
누구와: 후배랑
마신 양: 소주 한병 반이 1차였고....
난 이 후배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잇몸이 건강해진 삶은 그렇지 못한 삶보다 훨씬 아름답다. 은혜 갚는 차원에서 내가 쐈다. 소주 다섯병이 주량인 내 후배는 막판에 맛이 가버렸고, 결국 우리집에서 재웠다.
후배는 내게 상의할 게 있다고 했다.
“무도병이라고 아세요?”
후배 어머님이 무도병이란다. 잘은 모르지만 소뇌의 퇴행성 질환으로 생기며, 소뇌가 평형 기능 같은 걸 담당하므로 똑바로 걷는다든지 하는 걸 잘 못하게 되고, 갑작스런 움직임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무도병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 안타까운 건 치료법이 없다는 것.
하지만 서울대병원에 간 후배는 신경과 교수로부터 희한한 소리를 들었다. 황우석 박사가 발표했던 줄기세포 치료를 중국에서 하고 있다는 것.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배아세포를 실제 환자에 적용하려면 최소한 20-30년은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중국에 세워진 면양연구소에서는 이미 루게릭 병이나 뇌졸중 등의 환자에게 이 치료를 하고 있었다. 왜 하필 중국일까? 미국이라면 이해가 갈 법도 하지만, 의학적으로 낙후된 중국에는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www.futurecellbio.com이라는 사이트에는 자기 회사가 이미 2003년부터 줄기세포 배양을 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네이쳐와 싸이언스에 게재되며 세계를 놀라게 한 황우석 박사의 업적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린다. 게시판에는 회사에서 올린 글만 있고, 내용은 다 이런 식이다.
[뇌졸중으로 시술을 받고 오신 환자들의 상태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음을 확인이 되었습니다]
글을 읽고나니 더더욱 의심이 짙어져 간다. 치료비는 얼마일까. 15일에 무려 2천만원, 30일이면 4천을 내야 한단다. 후배의 어머님은 난치병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들뜬 나머지, 7월 15일을 기다리고 있단다. 아무리 봐도 난치병에 걸린 환자의 약한 마음을 이용한 전형적인 사기로 보인다.
놀라운 것은 신경과 교수가 이 치료법을 권했다는 사실이다. 줄기세포가 아직은 걸음마 단계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가 왜 환자에게 그런 말을 했을까. 임상 사례가 필요해서 환자를 모으는 거라면 환자에게 돈을 받아서는 안되는 게 아닐까. 하여튼 신경과 교수는 그에게 브로커를 소개시켜 줬고, 브로커는 후배한테 500만원을 먼저 입금하라고 했단다. 치료에 성공한 사람들 전화번호까지 가르쳐 주면서.
검사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공의 적2>에 나오는 검사 생각을 했었는데, 내 전화를 받은 그는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돈을 그 사람이 받은 증거가 있어야 수사를 하지”
수사라는 게 그런 증거를 잡는 거 아닌가? 검사로서 지극히 당연한 태도를 보였는지 모르지만, 좀 서운했다.
후배에게 7월 15일날 떠나는 건 보류하라고 말했다. 병원에 있는 친구들에게 좀 물어보고, 정 안되면 내가라도 설득하려고 한다. 뭔가 냄새가 난다. 아주 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