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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만나다 - 항소이유서에서 소셜 리버럴리스트가 되기까지, 지승호의 인물 탐구 1
지승호 지음 / 북라인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인물, 특히 정치인에 대한 비평은 대개가 이런 식이었다. “눈이 작아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며, 술을 마실 때만 최선을 다한다. 샤워를 안한다는 게 흠”
덕담만 나열된 이런 류의 두루뭉술한 인물평에 회오리를 일으킨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강준만이다. ‘실명비판’을 내세운 그의 펜 앞에서, 거짓말을 일삼으며 국민 위에 군림하던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그 추한 몰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강준만은 삐졌고, 실명비평의 명맥은 끊길 위기에 놓였다. 이때 나타난 사람이 바로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그는 ‘지승호의 인물탐구’ 시리즈의 첫 번째 인물로 유시민을 택했다. 성실하기로 이름난 강준만처럼 지승호 역시 성실함에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 그러고보면 인물탐구의 전제조건은 성실성인가보다. 신문기사나 다른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인물평을 하는 강준만과 달리, 지승호의 인물탐구는 대부분 인터뷰로 이루어진다. 유시민과 그의 누나인 유시춘과의 인터뷰가 주를 이루는 이 책을 난 퍽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느낀 점을 써본다.
-유시민은 참 괜찮은 보수 정치인이다. 하지만 진중권은 그를 가리켜 아주 위험한 사람이라 말하고, 내가 아는 민노당원은 정형근보다 유시민을 더 싫어하는 듯하다. 한나라당 지지자인 내 친구가 말끝마다 유시민을 욕하는 거야 이해하지만, 진보 진영이 유시민을 싫어하는 건 왜일까? 보수 국회의원들이 모두 유시민만 같다면 한국 정치는 훨씬 더 발전할 거라고 믿는 나로서는 그들의 증오가 지나치다고 느낀다.
-민노당과 열린우리당이 지지자를 뺐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을 한다고 믿는 유시민은 민노당을 찍지 말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2002년 대선 때는 물론이고 총선 때 민노당을 찍으면 사표가 된다는 말이 진보 측에게는 벼룩의 간을 빼먹겠다는 걸로 느껴졌을 것이다. 심지어 자기가 권영길이었으면 정몽준의 지지철회 발표가 있었을 때 사퇴했을 거라고 말하기도 한다. 진보 측으로서는 어이없을만한 말이다. 하지만.
-유시민은 정치인이다. 선거 때 정치인이 자신이 속한 당을 찍으라고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며, 실제로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다. 그럼에도 유시민의 발언은 크게 부각되어 두고두고 미움을 사는 근거가 된다. 그건 사람들의 마음속에 늘 옳은 소리만 하던 칼럼니스트 유시민의 이미지가 짙게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시민의 말이 사람들의 지지대상을 바꿀만큼 영향력이 있기는 한 걸까? 지나치게 유시민을 미워하는 분들에게 노회찬의 말을 들려드리겠다.
“민주노동당에 대해 하도 못살게 굴었기 때문에 좋은 감정일 수는 없는데, 정치를 감정으로 하는 건 아니거든요”
-유시민은 노무현과 자주 비교된다. 튀는 소리를 자주 한다고 비판받는 거나, 인터넷상에서 열성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 정치판에서 자기 조직이 없다는 점 등이 그렇다. 그럼 유시민도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물론 본인은 펄쩍 뛴다. 국회의원도 피곤해 죽겠는데 대통령은 오죽 피곤하겠냐는 것. 본인의 고사가 아니더라도, 유시민이 대통령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된 뒤에야 적이 엄청나게 많이 생겼지만, 유시민은 겨우 재선의원이면서도 대통령에 버금가는-어쩌면 능가하는-적을 거느리고 있으니까. 민주주의는 아쉽게도 1인 1표다.
책 뒤에는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가 실려 있다. 사실 난 이걸 이 책에서 처음 읽었는데, 정의가 유린되는 사회에 대한 스물일곱 청년의 분노를 명문으로 점철된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독서를 열심히 시킨 게 글을 잘쓰는 비결이라는데, 대체 얼마만큼 책을 읽으면 그런 글을 쓸 수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