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다가 뉴스를 보게 되었다. 박정희 만화가 나왔는데 논란이 되고 있단다. 쟁점 세가지를 잽싸게 받아적었다.


첫 번째 주장. 박정희는 기회주의자다. 남로당 요인들을 고발하고 자기만 살아남았다.

반론: 여기에 대해 반김반핵 단체의 대표인 신해식이 반론을 편다. 독립신문을 운영하더니만, 그 신문은 망한 걸까. 그의 말은 이렇다.

“내부고발을 한 게 왜 나쁘냐. 좌익은 발전에 걸림돌이 되니까 고발한 거다”

이 정도 창의적인 변명을 하는 신해식을 내가 어찌 귀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두 번째 주장. 박정희가 안가 만들어놓고 연예인들 불러서 놀았다.

반론: 알 수 없는 원로가 나와서 이렇게 말한다. “영웅호걸에겐 원래 술과 여자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거이거 이렇게 말해도 되는건가? 박정희가 영웅이라 술과 여자가 따른 게 아니라, 대통령직을 이용해 시바스리걸을 먹고 연예인을 강제로 데리고 와 밤드리 노닌 건데.


세 번째 주장; 박정희의 근대화가 IMF의 발단이 되었다

이건 원래부터 논란이 많았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게 한글파괴의 원인이냐, 이딴 식으로 대응하는 사람도 있었고. 하지만 박정희의 개발독재 시절 재벌과의 정경유착이 뿌리를 내린 건 분명한 사실이며, 이거야말로 IMF의 시작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여기에 대해 이한우는 이따우 얘기를 한다.

“박정희는 79년에 죽었고, 외환위기는 97년에 일어났다. 18년 전 얘긴데 그럼 그 동안 살아있던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했다는 말이냐”

다른 반론은 다 수용한다 해도 이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이한우가 몸담은 조선일보는 아르헨티나가 어려울 적마다 페론주의가 그 원인이라고 했다. 포퓰리즘이란 말을 유행시킨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론은 40년대와 70년대, 두차례에 걸쳐 집권을 했는데, 두 번째 걸 기준으로 한다해도 벌써 30년 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는 아르헨티나가 위기에 닥치면 무조건 페론주의 때문이라고 주장을 했고, 그러면서 김대중과 노무현이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고 욕을 해댔다. 자, 그렇다면 페론이 물러난 30년 동안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아무것도 안했는가?


얼마 전에는 박정희가 죽을 때를 영화화한 <그때 그사람>이 결국 앞뒤가 잘린 채 개봉이 되었다. 죽은 지 30년이 더 지났건만 박정희에 관한 비판은 아직도 우리의 성역인 듯하다. 김영삼이 대통령이던 시절 나온 <김영삼 이데올로기>는 김영삼에 대해 더한 비판을 하고 있던데, 박정희에 관해서는 왜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우리는 언제쯤 박정희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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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5-14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은자가 살아있는 자를 능가한 아주 기이한 예입니다.
그나저나 주급은 확실시하오니 주무세요...
박장군 꿈은 그네양이 대신 꾸겠죠?

연우주 2005-05-1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과 극은 통한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었어요. 폭력을 전재한 카리스마, 어쩌면 대중이 원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끔찍한 생각을 며칠 간 했어요. 중우 정치, 뭐 이런 생각들이요.
어쨌든 박정희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언제쯤 이뤄질까요. 걱정입니다.

키노 2005-05-14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평가는 다 내려진 거 아닌가요.다들 알고 있는 사실들이고. 죽은 사람은 말이없고 산사람들만 떠벌리고..사람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민감한 것 같아요.. 공증이라도 하든지 아니면 판결문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요. 가진 자들의 설전에 휩쓸리는 것 같아 씁쓸...(제 주관적인 넋두리 ㅎㅎㅎㅎ)

꼬마요정 2005-05-1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승만부터 내리 다 짜증이 납니다...^^;;

마태우스 2005-05-14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노님/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아니면 어떡하죠. 제가 바라는 건 박정희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랍니다. 그를 찬양하든 비판하든지 상관없이 영화나 책으로 나올 수 있는 그런 분위기요. 그런 정보 하에 대중들이 자유롭게 판단을 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 정보를 충분히 섭렵한 후에야 올바른 평가가 나올 수 있을 테고요, 지금처럼 박정희가 청렴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어요
우주님/대중이 폭력을 원한다...안그래도 그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해요. 지금요!
여우님/술도 안마시는데 서재질이라도 열심히 해야죠^^ 여우님처럼 톱텐 안에 들 거에요!

마태우스 2005-05-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요정님/전 그래도 요정님이 좋아요. 퀴즈 다 틀린 악몽은 잊어버리세요. 님과 저의 관계는 이제 시작입니다^^

키노 2005-05-14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 청렴한 사람이 어디 있남요. 글구 설문조사를 믿으시다니..우리나라처럼 통계가 엉망인 나라도 없는데^^;; 마태우스님 말씀처럼 토론을 통한 자유로운 분위기 형성이 중요한 건 당연합죠^^. 제 생각에는 지금 우리사회는 수렴을 위한 토론보다는 편가르기식 토론이 넘 횡행해서 그게 걱정 되어 올려본 글이예요...다양성을 인정하고 아량을 베풀어가는 21세기를 준비하는 민족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이어여..

마태우스 2005-05-15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노님/통계가 엉망이라 해도 믿을 건 통계밖에 없잖아요. 박정희 찬양하는 애들이 많다는 통계를 보면 그저 암담해져요. 대중에 대한 회의가 들구요....어떤 분은 대중이 잘못했을 때는 누가 질책하냐고 하던데, 우리 대중들은 찬사만 받았지 사실 질책받은 적 없잖아요. 지역감정에 의한 투표를 해도 "국민의 선택은 절묘했다" 이딴 식으로 포장이 되구요. 토론 말씀 하셨는데요, 관점이 다른 두 측에서 토론을 하면 접점에 이르는 게 어려운 건 당연한 것 같습니다. 토론이란 게 원래 상대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관전자를 내편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니 토론이란 편가르기의 속성이 있지 않을까요. 님 말씀처럼 다양성을 인정하고 아량을 베푸는 21세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클리오 2005-05-15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메모의 힘이 대단하신 마태님.. 오늘 밤, 통증없이 편안히 주무시고 계신가요...? ^^

moonnight 2005-05-15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님이 메모실력에 감탄하고 있었답니다. 어딜 가시나 즉시 메모할 수 있도록 준비된 자세신 거 같애요. ^^

아영엄마 2005-05-15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잽싸게 받아적었다", 이 부분에 주목해버렸습니다. 역시...

노부후사 2005-05-1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한우 기자 참 똘똘해요. 80년에 유에스가 일본 시켜 돈 빌려주지 않았으면 진작에 IMF 터졌을 것을 그딴 식으로 감추다뇨. 하긴 돈 빌려다 물가 안정 시킨 건 대머리 독수리 공이라고 추켜세워야 하니까 슬그머니 제쳐둔 것이겠죠. ㅋ

마태우스 2005-05-1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어머나 님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아, 전 80년대를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님은 어쩜 그리 아는 게 많으십니까
아영엄마님/그래서...몸에 펜이 없으면 불안해한답니다...
문나이트님/메모지 대신 책 뒤에다...호호.
클리오님/아프진 않는데요, 맨날 고추조림에다가 밥을 먹고 있어요.(아침까진 죽, 저녁부턴 밥 먹어요)

Mephistopheles 2005-05-18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암과 명이 공존하는 건 인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부분은 밝은 부분은 과장확대해석이 되어서 정설로 굳어지고 어두운 부분은 이상하게 역사의 야사꺼리로 밖에 치부가 안된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위에 파란여우님이 말씀하셨듯이 죽은자의 잘못된 영향력이 아직도 산사람들의 뇌속에 깊이 자리잡고 객관성과 비판성을 상실하게 한다는게 심히 유감입니다.

토토랑 2005-05-2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서재 타고 들어왔습니다. ^^;;
20년 가차이.. 당한 세뇌를 한순간에 풀어버릴수 없는거 아닐까요...
누구 소설이더라.. 그 왜 한 동네에 광고에다가 무의식으로 세뇌하는 그런게 있었는데.. 그 동네에서 유일하게 세뇌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책 많이 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려고 노력하는 집 한집이랑, 숲에서 캠프하니라 라디오TV 다 안본거.. 그런거 잔아요.
세뇌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이 세뇌당했다는 의식이 있고 그걸 벗어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정희에 대한 '찬양' 에 세뇌당했다는 사실 조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하는듯합니다...
그게 더 펀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