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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봉 기자의 글마을 통신 - 새움 에크리티시즘 2
최재봉 지음 / 새움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건 강준만 교수 덕분이지만, 문학판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문학권력 논쟁에 관한 그분의 글을 읽은 덕분이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난 문학 얘기를 미치도록 좋아한다. 책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을 만날 때면 죽어라 문학 얘기를 주고받는다. 그 사람으로부터 뭔가를 듣기 위한 것보다, 내가 아는 걸 누군가에게 과시하고픈 마음이 더 컸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내 주위 사람들 중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문학에 대한 지식이 쌓일수록, 누군가와 얘기하고픈 마음은 커져만 갔다. 평론집은 그런 내게 좋은 출구가 되어 주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난 내가 읽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책들을 재발견하고, 내가 하지 못한 새로운 해석을 접하는 기쁨을 느낀다. 이명원의 <해독>을 내가 가장 재미읽게 읽은 책 10권 중 하나에 포함시킬 정도로 난 평론집을 좋아한다.
엄밀히 말해 평론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겨레 문학기자 최재봉이 쓴 <글마을 통신> 역시 재미있게 읽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으려는 듯 열심히. 언급된 책이 읽은 책이면 더 반갑지만, 못읽은 거였다 해도 마냥 재미있기만 했다. 난 시집을 거의 읽지 않는데, 평론집에 실린 시들은 읽는 편이다. 역시나 시란 난해하기만 했다. 저자의 명쾌한 해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이렇듯 문학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내가 문인이 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의 소산이 아닐까 싶다는.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글만 써서는 생계를 잇기 힘든 작금의 현실을 보건대 남다른 능력을 부여받지 못하고 태어난 내가 어려서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즐겨하지 않은 건, 그럼으로써 문인이 되지 못한 건 다행인 것 같다. 내게 있어서 문학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분야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저 난 다른 문인들이 이룬 생산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안도현과 김용택을 비롯한 몇몇 문인들과 “버들치를 넣고 끓인 매운탕”을 먹었다고 기술한 대목과 “그날처럼 흥겹고 즐거운 술자리는 많지 않았다”는 저자의 소회를 읽으면서 강한 부러움을 느꼈다는 것, 사고 싶은 책 몇권을 장바구니에 담은 것도 이 책의 소득이라 할 만하다. 이 재미있는 책이 ‘새움’에서 나와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 121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