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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과학 - 첨단과학의 오해와 진실
김수병 지음 / 동아시아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인문학 책이 안팔리는 것에 대해 어떤 분이 이런 글을 썼다.
“인문학을 전공했던 사람이 몇인데, 5천권도 안 팔리냐?”
그럴 듯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인문학을 전공했다고 무조건 인문학 책을 사야 한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인문학 책이란 게 나같은 대중에게 어떻게 사는 게 옳은지 가르쳐 주는 책이지, 꼭 인문학 전공자만을 위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의사가 쓴 건강 관련 책자를 의사가 사는 일이 드문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해당 전공에 문외한이라면 선뜻 그 책을 집어들기가 쉬운 건 아니다. 철학 책을 읽는다는 생각만 해도, 난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 아무리 쉽게 쓴 이정우 선생의 책이라 해도.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사람을 위한 과학>이란 책을 읽고 느낀 게 있어서다. 기자가 쓴 책이라 비교적 쉽게 읽히고 유익한 정보가 많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뒤에 것만 맞았다. 물론 저자는 무지하게 쉽게 썼다. 그런데 내가 과학에 너무나 무지해 도통 이해가 안가는 거다. 의학적인 주제를 다룬 전반부까지만 해도 기분이 꽤 좋았는데, 과학 기술 분야가 나오는 후반부는 그냥 인내심으로 읽었다. 이해가 안가면 외우는 게 내 특기인데, 이건 워낙 생소해 외울 수도 없다. 어려운 대목의 본보기를 보여주려고 이해 안갔던 부분을 뒤적이다가, “에게 이게 어렵다고?”라는 비난을 들을까봐, 그리고 지금 다시 보니까 조금은 이해 되는 것도 같아 관둔다. 아무튼 과학적인 내용이 많이 나와 머리가 어지러웠다는 것만 밝혀둔다.
내가 만일 공학도였다면, 이런 책 정도는 우습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시골의사>를 한번의 의구심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지만 공학도라면, 이 정도의 얘기는 이미 다 알고 있지 않을까? 전자종이, GPS, 사이보그 얘기가 어제 오늘 나온 것도 아닐 테니까 말이다. 건강 관련 책자를 의사들이 안사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서 딜레마가 생긴다. 해당 전공자는 다 아니까 안읽고, 비전공자는 내용이 어려워서-아무리 쉽게 썼다고 해도-안읽고. 인문학의 위기란 것도 사실 여기에서 비롯되었으리라. 헤겔이란 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픈 사람이 헤겔을 읽을 리는 없고, 헤겔의 사상을 이미 다 배운 사람은 헤겔 책을 굳이 펼칠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까.
헬리코박터의 위험이 상업적 이익에 의해 과장되었다는 주장,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빙자해 치료용 복제마저 막는 세력을 비판하는 대목 등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많은 책이지만, 막판에 좀 어지러웠다. 물론 이건, 나의 무식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