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레나
한지혜 지음 / 새움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시’는 타고나야 하지만 소설은 훈련으로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문인이 되려면 ‘등단’이라는 걸 해야 한다.  문인이 될 자격을 신문들이 심사하는 게 좀 우습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등단 절차를 거친 사람의 작품은 그래도 기본은 된다.


<안녕 레나>의 저자 한지혜는 98년 경향신문을 통해 등단했다. 등단 당시 저자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을 테지만, 자신의 첫 소설집이 나오기까지는 그 뒤 7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기다린 세월만큼 소설은 아름답고, 잘 읽힌다. 소설의 주인공들이 죄다 집이 없거나, 열평짜리 임대아파트를 갖는 게 꿈인 사람들임에도, 소설의 분위기는 결코 음침하지 않고, 오히려 생동감이 넘친다. <자전거 타는 여자>는 십년간 아버님을 간병했던 어머님과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우리 형제들을 떠올리게 했고,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은 3년 전의 월드컵 광기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다른 단편들 또한 독특한 소재와 함께 나름의 재미가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의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겨우 320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미디어 리뷰가 한국일보와 한겨레밖에 없다는 데 시선이 간다. 작가의 지명도가 아주 높지 않는 한, 메이져언론사에서 띄워주지 않는다면 책은 팔릴 수 없다. 그렇다면 메이져 언론사에서 이 책을 외면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판사가 그다지 힘있는 곳이 아닌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는 책 말미에 ‘해설’을 쓴 이명원의 존재가 더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평론가 이명원은 어리석게도(?) 문학권력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그 바람에 문단의 왕따가 되버렸다. 이명원이 내는 주옥같은 평론집이 외면받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런 이유로 안팔리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나오기 전 딱 한번, 저자를 만난 적이 있다. ‘경향신문 신춘문예’라는 말에 부러웠고, 그녀의 미모에 놀랐다. 요즘 소설가들은 다 예뻐야 하나보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책 날개의 사진은 그다지 예쁘지 않다. 아무래도 그건 미모보다 문학으로 승부하겠다는 저자의 마음가짐일 터. 책을 다 읽은 지금은 좀 헷갈린다. 소설의 재미가 더 뛰어난가, 미모가 더 뛰어날까.


* 표제작인 <안녕 레나>는 PC 통신 이야기다. PC통신을 하던 게 불과 7년 전 이야기건만, 까마득한 옛날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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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25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땡스투 두 개 다 했어요...저 기특하죠?^^

울보 2005-03-25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똥개 2005-03-25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죠? 저는 이 책을 채 다 읽기도 전에 읽다말고 컴터앞으로 뛰어와서 작가에게 팬테터까지 보냇다는 거 아님까.. '왜 던지지 않았을까, 소년은'에 너무나 가슴이 벅차와서 말이죠.. 아시겠지만, 2002년 여름은 저한테 지옥이었고.. 이 소설이 그 상처를 새삼 덧내면서 참 따뜻한 위로를 던져 주더군요... 잘 읽으셨다니 다행임다. (추천자로서 보람을 느낀다는 야그지여~ 흐으~)

2005-03-25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줄리 2005-03-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까지 이쁘시네요. 지혜, 거기다 내가 좋아하는 성 한이 합해지니 참 이쁜 이름같네요. 한지혜...

마태우스 2005-03-2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sx님/제가 아는 사람 중 '서민'이란 사람도 있더군요. 이름이 어찌나 이쁘던지....^^
속삭이신 분/그, 그게요, 제가 존경하는 서재인께서 22222 이벤트를 하고 계셨거든요.......................
똥개님/앗 여기까지 강림해 주시다니 영광이옵니다. 전 그 당시 가해자여서 읽는 동안 얼굴이 화끈...........................저도 팬레터 보내고 싶어요!
울보님/보내드릴테니까 울지 마세요^^
여우님/어머나 여우니임----------------------------- 제가 늘 좋아하는 거 알죠??

플레져 2005-03-26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씁쓸한... 이야기네요. 문학판의 파벌형성도 주요 원인이겠지요. 또, 소설을 읽지 않는 독자들... 누굴 탓해 ㅠㅠ

마냐 2005-03-26 0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마태님 리뷰도 리뷰지만....똥개님 댓글도 엄청난 포스를 발휘함다. ^^;

마태우스 2005-03-2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그렇죠? 똥개님이 사실은 유명한 분이라는.....
플레져님/사람들이 다 플레져님 같다면 세상은 정말 아름다울 텐데요^^

노부후사 2005-03-26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낸 출판사가 새움이니 메이져언론사가 미쳤다고 기사를 내보낼까요.

날개 2005-03-26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누르고, 보관함에 넣었어요..^^*

마태우스 2005-03-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피님/역시 님은 새움에 대해서 아시는군요^^
날개님/어머나 날개님...재미없다고 큰 날개로 두들겨맞을까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