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3월 21일(월)
마신 양: 소주 두병 조금 덜마셨다
1. 목표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술을 50번 이하로 마시는 것이고, 또 다른 목표는 술마신 횟수보다 책을 더 읽자는 것이다.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면 두 번째는 자연히 달성할 수 있지만 벌써 서른번을 마셨으니 50번은 힘들 것 같다. 그럼 두 번째는?
작년에 내가 읽은 책은 126권, 술을 많이 줄인 것이 178번이니 내게 있어서 술보다 책을 더 읽는 건 골프선수가 자기 나이보다 타수를 덜 치는 것만큼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3월 21일까지만 놓고 본다면 그게 꼭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올해 읽은 책은 32권, 술마신 횟수는 30번. 간발의 차이로 책을 더 많이 읽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이번주 금요일까지 5연전을 마치고 난 뒤에도 책이 앞설 수 있을까.
2. 대결
술시합이 무식하다지만, 이긴 뒤의 기쁨은 겁나게 짜릿하다. 기억나는 몇 장면을 회상해 본다.
-오징어 다리 하나만 남아도 “안주 남았다”며 술을 더 시키는 P, 컨디션이 굉장히 좋았던 어느 날 난 P와 숙명의 일전을 벌였고, 오버이트를 하며 괴로워하는 P의 등을 쳐주면서 쾌재를 불렀다.
-일년에 대여섯 차례 술실력을 겨루던 S, 그와 난 언제나 둘이 만나고, 둘 중 하나는 죽는다. 2차에 가서 계속 잠만 자다 업혀서 집에 간 적이 여러번, 결코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다. 아무 생각없이 나가서는 안되겠다 싶어 그와의 대결을 앞두고 몸을 좀 만들었다. 죽자고 술을 마시던 S는 결국 소파에 드러누웠고, 깨워도 일어날 줄 몰랐다. 그때의 짜릿함, 그게 나로 하여금 술대결을 하게 하는거다.
-‘주선’이라는 별명을 가진 Y, 난 젊은 혈기로 그와 붙었다. 2분마다 동동주 원샷으로. 2차에 가서 소주까지 마신 뒤 난 기억을 잃었다. 다음날 아침 샤워를 할 때 보니까 팔에 나찌 문양같은 상처가 나 있었다. 얼굴빛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자세 한번 흐트러뜨리지 않던 Y, 그는 진정한 주선이었고, 그날 이후 난 한번도 그와 붙은 적이 없다.
어제 오랜만에 술대결을 했다. 상대는 귀여운 20대 미녀. 몸을 만들어 오라고 그렇게 권했건만 그녀는 결국 맛이 갔다. 그녀가 술에 취하기 전, 그녀와 나는 술친구를 하기로 굳게 다짐했는데, 내가 이겨서라기보다 좋은 술친구가 생겨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