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예과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 때 내가 학생들에게 했던 말의 일부다.
“여러분, 도대체 왜 술을 그렇게 원수진 것처럼 먹습니까? 좀 적당히 먹고, 맑은 정신으로 수다 떨다가 집에 가면 안되요? 꼭 몇 명이 오버이트하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셔야 합니까. 학생들 중에는 이렇게 자랑하는 친구가 있어요. ‘나 어제 새벽 4시까지 마셨다’고요. 근데 그게 자랑입니까?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 보면 사실은 새벽 두시쯤에 집에 와서 자빠져 자놓고는 뻥치는 겁니다. 그 말을 듣는 다른 친구들이 ‘와! 대단하다!’ 이러구 놀라니까 스스로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지요? 속으로는 비웃습니다. ‘제명에 못살겠구나’
술 많이 먹는 건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주 6회 술을 마신다고 자랑을 하던데, 그게 뭡니까. 매주 여섯권씩 책을 읽었다든지, 소개팅을 했다든지 하는 건 자랑이 될 수 있지만, 매일 술마시는 게 왜 자랑입니까. 여러분, 일주에 세 번 정도만 마시세요, 알았죠?
술마시는 방법도 문제입니다. 술이 이종격투기입니까? 왜 술을 마시면서 상대방을 이기려고 합니까. 제가 아는 어떤 사람은 술마시러 갈 때마다 목욕제개를 하고 ‘이번엔 기필코 이기겠다’고 다짐을 하는데, 한심한 일입니다. 술자리는 친목을 도모하는 장은 될 수 있지만, 주량을 겨루는 곳이 아닙니다”
이 말을 들은 모 교수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당연한 말을 가지고 이렇게 웃길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야”
글쎄다. 내가 한 말이 왜 웃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