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가끔 공포를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물론 자신이 해를 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내가 <숨바꼭질>이란 영화를 본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맥스무비 사이트의 평점은 6점대로, 과히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본 내 견해로는 6점대는 너무 박한 점수였다. 다른 이들이 이 영화를 낮게 평가한 것은 반전이 뻔히 예상되었기 때문 (물론 나는 예상 못했다). 그러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왜 꼭 반전뿐일까. '킬링필드‘같은 반전영화가 각광을 받는 것이 현실이긴 해도, 너무 반전에만 집착하는 것은 과히 좋은 게 아니다. 1시간 48분 재미있다가 막판 2분의 반전이 기대에 못미쳤다고 해서 나쁜 영화일까? 그렇지 않다. 38분을 이기다 막판 2분에 역전당하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건 스포츠이지 영화가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식스센스‘를 만든 샤말란 감독이 관객들을 버려놓은 것 같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나는 정말 무서웠다. 그거면 된 거 아닌가?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몇가지만 말한다.
-우리말 제목은 ‘숨바꼭질’인데 영어 제목은 ‘Hide and Seek'이다. 그러니까 영어에는 한단어로 표현할 말이 없다는 뜻, 괜히 우리말이 더 뛰어난 것 같아 우쭐함.
-부인을 잃고 딸과 시골에 내려간 로버트 드 니로. 세상에, 시골에는 어여쁜 이혼녀가 살고 있었고, 드 니로를 좋아한다. 도시에 있으나 시골에 가나, 되는 놈은 언제나 된다.
![](http://210.116.113.228/movieinfo/image/photo/maxHS_01.jpg)
사진설명: 이 표정을 보라. 무섭잖는가!
-영화에서 다코타 페닝을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 “예쁘다” 이런 말들을 한다. 글쎄다. <아이 엠 샘>에서 그녀를 처음 봤었는데 그때보다는 미모가 퇴색한 것 같은데. 그렇다해도 그녀의 연기는 정말 일품이고, 나중에 커서 뭐가 될지 궁금하다. 메릴 스트립이 될지, 드류 배리모처럼 평범한 배우가 될지, 아니면 <초원의 집>의 스타 멜리사 길버트처럼 기억에서 잊혀질지.
-영화가 <식스센스> 풍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식스센스>는 귀신들을 잔뜩 동원해 무섭게 하는 반면, 이건 다코타 페닝 혼자서 무섭게 한다. 영화를 본 날 난 새벽 2시 6분까지 잠들지 못했다.
-로버트 드 니로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반전 강박에 빠져 영화의 재미를 놓치기보다는, 영화가 주는 공포에 몸을 맡긴 채 비명도 좀 질러가며 영화를 본다면 훨씬 더 의미있는 영화가 되지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