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원샷 일본어 첫걸음'이라서...

 

마신 날: 2월 11일(금)

누구와: 미녀 둘과

마신 양: 또 맛이 갔다...


일주 전에 마신 걸 이제야 쓴다. 그날 마신 술은 올해의 18번째 술이건만, 음력 설부터 다시금 카운트를 하기로 한 새로운 규정 때문에 첫 번째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해 “눈가리고 아웅이다” “어불성설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지피지기면....” 등의 비난이 쏟아지는 바람에, 그냥 18번째로 한다.


미녀 둘과 쭉 즐겁게 술을 마셔 왔는데, 그 중 하나가 이런다. “다음 달에 결혼 할지도 몰라요” 다음 달 일을 아직까지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결혼 확률은 지극히 낮아 보이지만, 어찌되었건 축하할 일이고, 한편으로는 모임이 깨지는 게 아닌가 싶어 아쉽기도 하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이지만, 결혼하기 전 그랬던 사람들 중 가정으로 돌아가 안나오는 사람이 그 얼마인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그 모임에서 난 그만 맛이 가고 말았다. 한참 자다 깼더니 남은 둘이 술을 마시고 있을 때, 그 쪽팔림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자다 깨도 정신을 못차리겠기에 난 양해의 말을 구하고-어디 한두번이냐-집에 갔다.


그러고보면 난 참 맛이 잘 간다. 나는 술보다 술자리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지라-정말?-끝까지 유쾌하게 수다를 떨면서 술을 마시면 훨씬 더 기분이 좋은데, 왜 번번이 맛이 갈까. 내가 정신을 잃은 234번의 술자리를 분석해 본 결과 다음 결론에 이르렀다.


첫째. 1차에서 조금만 마셔라.

대부분의 술자리가 1차 소주, 2차 맥주로 간다. 맥주가 비싸서 그런 것도 있지만, 밥으로 먹는 고기나 찌개가 소주와 궁합이 맞기 때문인 것도 있다. 1차의 적정량은 소주 반병 수준인 4잔. 이것만 마신다면 2, 3차를 아무리 마셔도 멀쩡하기 일쑤다. 내가 다른 일로 늦게 합류했을 때 한번도 맛이 간 적이 없는 것도 다 그때문. 문제는 1차에서 반병을 마시는 게 힘들다는 것. 이상하게 사람들은 “우리가 네명이니까 4병은 마셔야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고, 잔을 돌리기라도 하면 덜마실 수도 없다. 그날도 떡삼겹이 어찌나 맛있는지, 흥에 겨워 소주 한병을 넘겨버린 것이 맛이 간 이유가 되었다. 한병 이하로 마시기, 내일, 모레 대첩을 앞두고 내게 떨어진 특명이다.


둘째, 원샷을 자제하라.

원샷, 보기에는 매우 멋있어 보일지 몰라도-누가 그래?-이게 상당히 미련한 거다. 십년 전 기억이 난다. 써클 선배의 결혼식 때 모인 우리는 원샷클럽을 자칭했고, 종업원이 놀랄 정도로 빨리 술을 해치웠다. 그날 결과는? 참석자 대부분이 맛이 갔다. 한명은 화장실에서 쓰러져 있었고, 한명은 계단을 내려가다 굴러떨어졌다. 또 하나는 오버이트를 엄청나게 했고, 다른 하나는 친구집 신세를 졌다. 나? 난 귀소본능에 의해 나도 모르게 집에 왔는데, 자려고 시간을 보니까 오후 6시 48분이었다. 술은 천천히 나누어 마시자.


셋째, 피곤할 때 마시지 말라.

피곤할 때 소주 한잔은 몸의 피로를 확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 몸의 혈관을 따라 흐르는 소주를 느낄 때의 찌릿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하지만 그럴 때는 술이 유난히 잘들어가고, 결국 오버하게 된다. 술 마시기 전날은 그러니까 푹 자두는 것이 좋다. 근데 지금 난 안자고 뭐하는 걸까.


남들도 다 아는, 지극히 당연한 얘기들을 나열한 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이 말을 한 이유는 앞으로 닥칠 이틀간의 대첩을 앞두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자는 것이다. 난 할 수 있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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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마녀 2005-02-18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장하군요. 이틀 후의 승전보를 기다리겠습니다.

울보 2005-02-18 0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대통령과 기생충"쓰셨어요?
그냥 궁금해서..
책을 읽다가............
언뜻 본것같거군요..
우리아이가 님의 서재이미지만 나오면 너무좋아라 하는데..
그냥 물어보고 잘려고,,
답하기 싫으시면 하지 마시와요

책읽는나무 2005-02-18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울보님께도 말그림 싸인을 새긴 기생충책을 우송해 드리심이??..^^

류는 강아지를 좋아하나보군요?..^^
마로는 털짱님을 좋아하고..
민이는 예전의 탐스런 포도 이미지였을때 파란여우님을 좋아했더랬죠..ㅋㅋㅋ

이거 페이퍼랑 영 다른 얘기만..ㅡ.ㅡ;;

sooninara 2005-02-1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소본능이 마태님처럼 강한사람도 흔하지 않을듯^^
전생에 연어였나?

마태우스 2005-02-1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호호호 전생에 연어 ㅎㅎㅎㅎ 오늘의 댓글에 뽑히셨습니다
책나무님/벤지가 강아지 중에서 이쁜 축이긴 합니다. 울보님께 님 말씀을 전해드렸습니다(책..)
마녀님/승전보라...실망시켜 드리지 말아야 할텐데요...

sweetmagic 2005-02-18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님의 귀소본능이 댁에 숨겨둔 술이 많아서 그런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