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2월 5일(토)
누구와: 친구들과
마신 양: 코가 비뚤어지게.... 정신 잃음.
친구들이 모여 있는데, 내가 보고 싶어 죽겠어 한다는 말을 믿고 좀 늦은 시각 1차 장소로 갔다. 배가 좀 고팠는데 남은 음식이라고는 탕슉 2점이 고작이었다. 식어버린 탕슉과 더불어 남은 소주 4잔을 마셨다. 2차를 어디 갈까 상의를 한다. 어디 가서 따뜻한 국물에 소주라도 마셨으면 좋으련만, 대세는 당구장이었다. “20분만 친다”는 약속은 물론 지켜지지 않았고, 당구를 안치는 난 역시 당구와 거리가 먼 여자애를 놓고 당구의 원리와 역사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했다. 그러고 있자니 옛날의 악몽이 떠올랐다.
내가 당구를 안치는 이유는 고교 때의 의식화 탓이다. ‘당구 치는 사람은 날라리’라는 인식이 박혀 버리자, 당구가 절대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알고난 뒤에도 당구 큐대에 쉽사리 손이 가지 않았던 것. 그래서 난 친구들이 당구장에 가면 의자에 앉아 책을 보거나 아니면 게임돌이-점수를 매겨주는 사람-를 했다. 하필이면 자주 만나던 친구들이 당구를 좋아해, 난 그짓을 지겹게 해야 했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은 진리 그 자체여서, 나중에는 당구공이 놓인 위치를 보면 어떻게 쳐야 하는지 길이 다 보였다. 심지어 당구를 치는 친구에게 훈수를 두기까지 했을 정도.
어찌되었건 그때의 기억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었나보다. 엊그제 다시 그짓을 하고 있으니, 옛날 생각이 떠올라 두세배 더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젊은 시절의 친구들은 내가 그렇게 당구를 싫어하는데 한사코 당구장에 갔을까. 중년의 나이로 자란 지금, 그 친구들은 내가 그렇게 단란한 곳을 싫어하는데도 한사코 단란한 곳에 끌고 간다. 그래서 나로 하여금 “이 친구들을 계속 만나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나도 문제가 있긴 하다. 그때,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당구를 쳤었어야지 않을까? 나는 왜 한번 안한다 싶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해버리는 걸까. 당구를 한번 친다고 정절을 빼앗기는 것도 아니고, 당구가 마약처럼 해로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바르게 살면 되겠지만, 이따금씩 하등 쓸데없는 고집이 황소 뿔처럼 솟아나 나, 그리고 주위사람을 힘들게 한다. 난 언제쯤 바르게 살 수 있을까.
* 2월 5일 토요일, 난 또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에 갔다. 내 파트너로 들어온 여자가 미인이라는 건 기억이 난다. “어머 너무 이쁘세요”라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친구 말에 의하면 십분도 안되어 쓰러져 잤단다. 밤 11시부터 새벽 한시까지.
** 잔 건 별로 억울할 게 없다. 잠을 잘 잔 덕분에 다음날 테니스에서 펄펄 날았으니까. 문제는 내 휴대폰을 분실했다는 거다. 그 휴대폰에 100통이 넘게 전화를 걸었건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