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에 있어서 남자는 여자보다 어리석다. 남자가 바람을 피워도 용서해주는 여자는 많지만, 여자의 바람은 남자에게 용서못할 범죄다. 한번 배신한 놈은 또 배신한다는 말도 있지만, 순간의 유혹에 이끌려 사랑에 빠질 수도 있는데, 그게 뭐 큰일이라고 갈라서는 걸까. 보다 중요한 사실은 배우자의 바람에 길길이 뛰는 사람일수록 자신도 바람을 피운 경험이 있다는 거다. (이제부터 스포일러입니다. 영화보실 분은 건너 뛰고 결론만 읽으시길)
영화 <클로져>에 나오는 쥬 드로는 내가 생각하는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 그 자신은 마음껏 바람을 피우지만, 자기 연인의 바람은 절대 용납하지 못하며, 특히 했냐 안했냐에 겁나게 민감하다. 자기 애인이 다른 남자와 잔 걸 알고 그 여자를 추궁하는 쥬 드로.
쥬: 진실을 말해봐. 답답해 미치겠어.
여자: 아무 일 없었어. 바람핀 건 너잖아!
쥬: 난 진실을 원해.
여자: 그래 했어! 밤새도록.
아니, 이미 알고 있는데 뭐하러 물어본담? 그래서 어쩌려고? 다른 남자와 잤다는 이유로 그전 여자와 헤어진 쥬 드로의 성격상, 진실을 말한다고 포용해줄 것 같지는 않다. 남자가 판단을 내리기 전에 여자는 남자에게 학을 떼고, 멀리, 아주 멀리 떠나간다. 바보같은 남자. 그냥 눈감아 주고 재미있게 살면 될 것을.
또다른 남자도 별반 다르지 않아, 자기 아내가 바람을 피운 걸 고백하자 이딴 식으로 아내를 추궁한다.
남자: 나보다 더 잘해?
여자: 그래.
남자: 절정을 맞았어?
여자: 두 번.
남자: 나보다 크디?
여자: 그래.
남자: 어디서 했어?
여자: 저 소파.
남자가 그딴 질문만 하니 여자도 무성의하게 대답하는 거잖는가. 도대체 다른 남자가 자기보다 잘하는 게 왜 중요한가? 섹스가 무슨 올림픽 종목도 아니고, 왜 이상한 척도로 섹스를 평가하려 들까? 당연한 귀결이지만 남자에 학을 뗀 여자는 남자를 떠난다. 고백하는 아내를 용서해주고 이제부터 잘하자고 했다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바람이 나쁜 건 배우자를 속여야 한다는 거다. 계속 바람을 피우려면 그러니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자신도 괴롭다. 웬만하면 바람을 안피우는 게 좋겠지만 1부1처제가 유지되는 한 바람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 바람을 안피우려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수습하느냐 하는 것이리라. 이 영화는 그 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