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술만 마시고 있으니, 사람들은 내가 내 몸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난 내 몸을 끔찍이 아낀다. 넘어져서 다칠까봐 인라인을 안타고, 어디 뼈라도 부러질까봐 스키를 안타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는가?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높은 곳에도 잘 안가려고 하고, 지하철 승강장에서 누가 밀기라도 할까봐 벽 쪽에 붙어 있는다. 그럼 술은 왜 마시냐, 라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 거다. “마실만 하니까 마시지!”


유난히도 추운 올 겨울, 우리학교 앞에 있는 안서호는 쭉 얼어 있는 상태다. 어른들은 그 위에서 얼음낚시를 하고, 애들은 밀고 미끄러지면서 장난질을 한다. 그걸 보니까 나도 한번 안서호를 밟고 싶어 죽겠다.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횡단을 하면 기분이 얼마나 삼삼할까. 그러나 내 소심함 때문에 난 아직 안서호를 밟지 못했고,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저걸 언제 밟아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2월 1일, 안서호가 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말이다.


학교 선생들과 밥을 먹으면서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 언제 우리 안서호 횡단 안할래요?

A: 혼자 가지 왜 우리한테 그래?

나: 혼자 가면 위험하잖아요.

A: 난 가기 싫은데?

B: 그게 왜 하고 싶을까요?

C: 혼자 가요. 우리가 망원경으로 보다가 안보이면 119에 연락할게.


이런이런, 사람들 하고는. 이 사람들은 도대체 꿈과 낭만이 없단 말야. 할수없이 교학과 사람들한테 같이 가자고 했다.

D: 혼자 가세요. 전 저번에 갔다 왔어요.

나: 위험하니까 그렇죠.

E: 그러면, 긴 장대를 갖고 가세요. 수평으로 들고 있으면 빠져도 걸리잖아.

좋은 방법이긴 한데, 장대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어쩐담? 난 아직 하고싶은 일이 많고, 글 쓸 것도 많은데. 하여간 사람들은 다 동심을 잃었다. 얼어붙은 호수 위를 밟는 기분이 얼마나 삼삼할까?


학구적인 A 선생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얼음이 얇아서 안되고 목요일쯤 되면 두께가 두꺼워져서 안전할 거란다. 그래, 목요일이 D-day다! 가자, 안서호로! 긴 장대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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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2-0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있는 곳은 추워서 얼은 강위에서 스케이트를 타죠. 세계에서 가장 긴 옥외 스케이트장이 된다죠. 그래서 그위에서 걸어보기도 하고 스케이트도 타봤는데 진짜 삼삼해요. 강에서 큰 호수까지 스케이트 타고 갈수 있어요. 그래서 전 겨울이 되면 동심으로 돌아가서 십년 정도 젊어진답니다. 부러우시죠?^^
위험할지 모르는 안서호는 횡단하지 마시와요. 울나라는 날씨가 따뜻해서 아무래도 가운데까지 단단하게 얼것 같지는 않거든요. 전문가들이 그러는데 영하 10도 이하가 몇일간 계속되어야지만 안전한 얼음이 형성된다고 하던걸요. 마태님 빠지면 알라딘 여러분 너무 걱정하시잖아요, 몸사리는 사람이 위험한 일에 부딪히면 더 쉽게 더 많이 놀라서 일찍 죽는대요.
목요일 이후에도 마태님 글을 읽고 싶다구요!

플라시보 2005-02-0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소심해서 얼음이 언 강이나 호수는 절대 안가요. 그저 사람들이 그 위에서 얼음을 지치는 것만 구경하고 한발은 땅에 두고 나머지 한발로 얼음을 슬쩍슬쩍 두들기는 정도지요^^ 긴 장대 부러지실까봐 걱정되면 쇠봉을 들고 가세요. 설마 그게 부러지기야 하겠어요. 흐흐. 목요일날 안서호를 꼭 밟아보시길 바래요.

작은위로 2005-02-0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근소근) 저는요, 얼핏 안서호가 사람이름인줄 알았어요...;;;; 으흐흐.
위험해요~~~~

하이드 2005-02-0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번 세미나때 송전저수지 (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크다면서요?) 에 술 만땅 취해서, 새벽 4시반에 들어가서 얼음지치고 놀았답니다. ( 놀았다고 하대요.) 담날 맨정신에 가보니, 워낙에 넓긴 하지만, 가운데에는 물이더군요. 한 1/3 쯤만 얼어있었는데, 술취해서 거기서 놀았던거에요;; 그날 뉴스에서 저수지에 빠져죽은 형제이야기도 났었는데, 아찔..

날개 2005-02-01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가실거예요? 등산용 구명줄을 하나 가지고 가셔서 한쪽은 허리에 묶고 한쪽끝은 튼튼한 나무에 매어놓은 다음에 들어가세요..^^ 쪽팔리면 어때요.. 안전한게 최고죠..ㅎㅎ

갈대 2005-02-0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마태님 곁에 있었다면 같이 삼삼한 기분 느끼러 갔을 텐데^^

숨은아이 2005-02-0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횡단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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