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에 나갔다.
일전에 나갔을 때는 말을 몇 마디 안했다고 어머니가 속상해하셨는데
-“다시는 나가지 마라!”라고 하셨으니-
이번이라고 뭐 별 수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방송국에 갔다.
그런데...옆 출연자가 워낙 나를 잘 배려해준 덕분에
화면에 내 모습이 많이 비춰졌고, 발언기회도 제법 많이 얻었다.
어머니도 만족하셨겠지 했더니 그날 오후 어머니가 이런 문자를 보내셨다.

아침마다 어머니한테 전화드리는 걸 제외하면 어머니한테 효도를 거의 안하고 살고 있다.
어머니의 유일한 기쁨이던 신문에 글쓰는 일도 그만둔 터,
그래도 아침마당 덕분에 어머니한테 기쁨을 드렸다니 괜히 뿌듯했다.
어머니는 “교수가 그런 프로에 나오면 안되니까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하셨지만,
나는 안다.
어찌어찌 내가 또 나갈 기회를 잡는다면
늘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가 아는 모든 분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자랑할 것임을.
방송체질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송으로 효도하는 이 불편한 진실.
방송을 잘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서
시청자게시판에 뭐라도 좀 올라왔나 들러봤다.
아침마당의 주 시청자가 나이든 분들이어서 그런지
게시판은 훠엉했다.
그런데...내 이름으로 된 제목이 보인다.

이런이런, 날 지만원이나 조갑제랑 동급으로 표현해 놨네?
난 옛날에 독립신문을 하다가 지금은 뭐하는지 모르는 신해식 정도면 딱인데 말이다.
제목에 (2)라고 쓴 걸 봐서 혹시나 (1)도 있을까 검색해 봤더니,
역시나 첫 번째 출연한 날 같은 분의 글이 또 올라와 있다.

그때나 엊그제나 정치적인 얘기는 전혀 안했지만,
그분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만약 조갑제가 그 프로에 출연했다면 나 역시 “아니 왜 그런 사람을 내보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김수연님, 앞으로는 열심히 논문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