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에 나갔다.

일전에 나갔을 때는 말을 몇 마디 안했다고 어머니가 속상해하셨는데

-“다시는 나가지 마라!”라고 하셨으니-

이번이라고 뭐 별 수 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방송국에 갔다.

그런데...옆 출연자가 워낙 나를 잘 배려해준 덕분에

화면에 내 모습이 많이 비춰졌고, 발언기회도 제법 많이 얻었다.

어머니도 만족하셨겠지 했더니 그날 오후 어머니가 이런 문자를 보내셨다.

    

 

아침마다 어머니한테 전화드리는 걸 제외하면 어머니한테 효도를 거의 안하고 살고 있다.

어머니의 유일한 기쁨이던 신문에 글쓰는 일도 그만둔 터,

그래도 아침마당 덕분에 어머니한테 기쁨을 드렸다니 괜히 뿌듯했다.

어머니는 교수가 그런 프로에 나오면 안되니까 이제 그만 나가라고 하셨지만,

나는 안다.

어찌어찌 내가 또 나갈 기회를 잡는다면

늘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가 아는 모든 분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이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자랑할 것임을.

방송체질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송으로 효도하는 이 불편한 진실.

 

방송을 잘했다고 하니 기분이 좋아서

시청자게시판에 뭐라도 좀 올라왔나 들러봤다.

아침마당의 주 시청자가 나이든 분들이어서 그런지

게시판은 훠엉했다.

그런데...내 이름으로 된 제목이 보인다.

    

 

이런이런, 날 지만원이나 조갑제랑 동급으로 표현해 놨네?

난 옛날에 독립신문을 하다가 지금은 뭐하는지 모르는 신해식 정도면 딱인데 말이다.

제목에 (2)라고 쓴 걸 봐서 혹시나 (1)도 있을까 검색해 봤더니,

역시나 첫 번째 출연한 날 같은 분의 글이 또 올라와 있다.

 

그때나 엊그제나 정치적인 얘기는 전혀 안했지만,

그분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만약 조갑제가 그 프로에 출연했다면 나 역시 아니 왜 그런 사람을 내보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김수연님, 앞으로는 열심히 논문 쓰겠습니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좋은날 2013-02-20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마당에 마태우스님이 나온거 저도 봤어요. 기쁘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어요.
요즘 아침마당 맘에 안들었는데 웬일이지 하고..
저 글 남긴 시청자는 그냥 시청자는 아니것 같아요.

마태우스 2013-02-21 10:14   좋아요 0 | URL
좋은날님 안녕하세요. 저도 아는 사람 나오면 반갑고 그렇지요. 제가 님한테 반가움을 선사햇다니, 나오기 잘했군요

키치 2013-02-20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저도 아침마당 잘 보고 있습니다.
마태우스 님이 아내되시는 분께 '당신을 사모하는 중년 남자가' 라는 이름으로 편지 쓰신 이야기, 저희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세요 ㅎㅎ 저희 아버지 포함하여 가족들한테 몇 번이나 들려주셨지요 ㅎㅎ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저희 어머니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방송 보고 계시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토크 부탁합니다~

마태우스 2013-02-21 10:14   좋아요 0 | URL
앗 그 편지가 그리 인상적이었나보군요! 몇번이나 들려주시다니, 어쩌면 어머님께서 편지를 받으실지도 모르겠군요.^^

테레사 2013-02-20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테레비 없는 저로서는, 너무 궁금하네요. 인터넷도 집에선 안 깔아놔 안나오고...ㅋㅋ완전 사무실 일터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ㅠㅠ 암튼, 교수님 티비화면발 어떨까 하는...궁금증과...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싶은...근데 멋져요!!!

마태우스 2013-02-21 10:1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올만이어요 테레사님. 티비와 인터넷이 없다니, 책만 읽으시나봐요! 저 방송체질이 아니라서 말은 별로 못합니다. 보시면 안멋질 듯...

Kir 2013-02-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조갑제, 지만원이라니요...ㅜㅠ

저 글 남긴 분이야말로 평범한 시청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인증하신 것 같군요.

마태우스 2013-02-21 10:11   좋아요 0 | URL
그죠? 제가 상대하긴 너무 급이 높은 분들이라, 당황했어요

뷰리풀말미잘 2013-02-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품 백 사드렸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백년만에 한국 티비를 봤는데 거기서 마태님을 볼 줄이야.

마태우스 2013-02-21 10:10   좋아요 0 | URL
정말 우연은 대단하네요. 백년만에 본 티비에 제가 나오다니...명품백은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BRINY 2013-02-20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백년만에 아침티비를 봤는데 거기서 마교수님을 뵐 줄이야~

마태우스 2013-02-21 10:03   좋아요 0 | URL
오옷 그거 보셨군요..부끄럽사옵니다.

페크pek0501 2013-02-2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송체질이 전혀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송으로 효도하는 이 불편한 진실."
- 재밌는 이 문장에 웃습니다. 크하하~~~

그 불편한 진실을 느끼는 님에게, 힘 내라고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태우스 2013-02-23 14:23   좋아요 0 | URL
오모나 페크언니,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님 박수에 탄력을 받아 한번 더 나가볼까 합니다.....근데 연락이 안오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