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1월 28일(금)
누구와?: 친구 둘과
나빴던 점:
-변호사 둘이랑 마셨는데 술김에 내가 비싼 1차를 계산했다
-집에 와서 라면에 밥말아먹었다-->그간 운동한 거 다 날라감
내가 술일기를 쓰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루머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코 그런 게 아니며, 나 나름대로 술을 안마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말씀드린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제 마신 술이 올해의 13번째 술, 매달마다 할당된 쿼터가 4장임을 감안한다면 나는 벌써 4월달의 쿼터를 당겨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내가 아예 노력을 안했다면 6월달 쿼터를 쓰고 있지 않겠는가?
1. L
두 명 중 하나-L이라고 하자-는 세칭 ‘기러기아빠’다. 애와 엄마가 미국에서 살고 얘는 돈만 부친다. 밤에 뭐하냐고 물으니 ‘딸 치지 뭐해?’라며 웃는다.
나: 변호사도 딸 치냐?
L: 변호사는 뭐 사람도 아니냐?
나: 그러다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어떡해?(L은 처가살이를 한다)
L: 문 잠궈놓고 하니까 괜찮아.
내 생각에 기러기아빠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이다. ‘기러기아빠가 더 편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혼자 사는 게, 혹은 이 친구처럼 처가에 사는 게 아무리 편하다 해도 부부끼리 사는 것만큼 좋을 리는 없다. 그게 아니라면 굳이 결혼을 할 필요가 뭐가 있담? 하지만 그놈의 아이 교육 때문에 부부는 멀리 떨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살고 있다. 휴대폰 배경화면에 아내와 딸 사진을 올려놓은 L, 자기 자신의 인생은 딸의 인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걸까.
2. K
K는 공대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온 뒤 “내가 평생 이짓을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해졌다”고 선언하며 갑자기 고시공부에 뛰어든, 그리고 몇 번만에 합격을 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보다 더 특이한 것은 결혼한 지 거의 십년이 되어가는 마당에 아직 애가 없다는 것. 둘 중 한명에게 문제가 있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리고 실제로 그럴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내 친구나 그의 아내나 애를 가질 생각이 없다는 거다. 왜? K의 말이다.
“나도 너랑 가치관이 같아. 애 있으면 즐길 수가 없잖아?”
아이가 있으면 당연히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애가 웬만큼 클때까지는 부부끼리 놀러가거나 하다못해 영화라도 보는 건 어렵다. ‘즐길 수 없다’는 그의 말은 어느 정도의 진실을 내포하고 있지만, 진짜로 즐기기 위해서 애를 안낳는 사람은 내 주변 사람 중 K가 유일하다. 둘 중 하나의 문제 때문에 오랫동안 얘가 없었던 친구 S는 체외수정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해 현재 임신 8개월이 되었다. 이렇듯 결함이 있어도 현대의학의 도움으로 애를 낳으려 애쓰는 판인데, K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나 역시 ‘내 인생은 나의 것, 즐겁게 살자’가 모토이긴 해도 막상 26세 미녀와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그리고 그녀가 애를 원하면 계속 반대만 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술을 다 마실 때쯤 K의 부인이 차를 가지고 K를 마중왔다. 날더러 오랜만이라고 하는 K의 부인, 애가 없어서 그런지 옛날처럼 젊고 멋져 보였다. L과 K, 정말이지 극과 극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