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2>를 봐버렸다. 전편을 워낙 재미있게 봤는지라 속편을 찍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다려 왔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1편과 비교하며 속편이 별로 재미가 없었다고 평가절하할거다. 내 생각에 그건 좀 불공정한 게임이다. 솥뚜껑으로 한번 놀란 사람이 또다시 솥뚜껑을 보면 별로 놀라지 않는 것처럼, 비슷한 포맷의 영화는 그 아무리 재미있는 장치를 심어놓는다 해도 전편보다 재미있을 수는 없다. 별점 평균이 8.58이던데, 1편이 없었다면 아마도 9점대를 받았을 영화다. 그러니까 속편을 볼 때는 머리를 비우고 보는 게 필요하다. 악당도 다르고, 강철중(설경구 분)은 경찰이 아닌 검사, 그러니 두 영화는 서로 다른 영화며, 괜히 1편과 비교해서 ‘재미없다’고 할 필요가 없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 역시 3번이나 본 1편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 1편과 2편을 간단히 비교해 본다.

1)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1편의 강철중은 정말 불쌍했다. 수사 좀 하려고 하면 검사가 나와 훼방을 놓고, 이성재는 돈 많이 번다고 자랑하고. 1편보다 훨씬 큰 적이 등장하는 속편에서는 그러나 강철중이 별로 불쌍하지 않았다. 왜? 검사니까. 세상에 불쌍한 검사가 어디 있겠는가? 검사라는 생각 때문인지 강철중의 영원한 상관인 강신일(부장검사)도 멋지게 보였다. 검사 오리엔티드된 나...


2) 짜임새

어느 한 장면도 버릴 게 없었던 1편에 비해, 속편의 초반부는 조금 느슨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재미있어지는데, 한가지 아쉬운 건 1편에서는 결정적 단서와 그걸 얻는 과정이 그럴듯했던 반면 속편에서는 그게 별로 개연성이 없었다.


3) 유머

원래 속편의 속성은 유머에 호소하는 장면이 많기 마련이다. 유머라도 많이 심어줘야 재밌다는 소리를 들을 테니까. 이 영화 역시 유머가 많이 나오는데, 뭐 그렇게 포복절도할 장면은 없지만,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4) 악당

훨씬 강한 적임에도 불구하고, 난 정준호보다 이성재가 더 악당스럽다. 정준호는 눈만 부릅뜰 뿐, 사악한 이미지를 주지 못하는데, 너무 잘생겨서 그런 걸까? 그 결과 경악을 하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건 좀 줄어들었다. 뷔페 식당에서 부딪힌 착한 사람을 이성재가 죽일 때 얼마나 무서웠던가.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며, 올 초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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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5-01-2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이것도 봐야겠는걸요? 전 별로라고 생각해서 안보려고 했더니만..^^ 그나저나 1편에서의 이성재는 참으로 악인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아메리칸 사이코랑 비교되기도 하던데 그거보다 이성재가 한수 위인듯 해요^^

maverick 2005-01-28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비슷한 생각인가봐요. 저도 아직 안 봤지만 정준호가 악역으로는 영 안어울릴거 같아서 망설이고 있는데.. 잘생겨서 그렇다기 보단 정준호의 말투가 약간 느리고 어눌해서 그런거 같애요..

비로그인 2005-01-28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보고싶은 영화 중 하나랍니다.
저도 정준호의 악역연기는 별로 기대안하고 있어요.
이성재의 카리스마를 못 따라 잡을 듯.

미완성 2005-01-29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나리오 작가 인터뷰가 필름 2.0에 떴는데요, 상당한 미인이드구만요 *.*
저도 공공의 적 1탄..2번 봤는데 2번 다 너무 즐겁게 봐서요, 혹 2탄보고 실망할까봐 두려워요. 검사 강철중이 어울리지 않는단 평도 많던데, 사실 요 위 사진의 경구아저씨 가르마는 쬐끔..........;;

마태우스 2005-01-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앗 봐야겠다! 미인인 줄 알았으면 '초반부가 엉성하다'는 얘기 안썼을 텐데요 호홋.
고양이님/그래요 이성재의 카리스마를 따라가진 못했지요. 그래도 뭐, 선전했다고 봐요.
매버릭님/말투가 어눌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제 생각인데 이성재만큼 능글맞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되는 것 같아요. 이성재가 이랬잖아요. "내가 죽였다고 치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이유가 있냐?" 제가 그때 눈앞에 있었어도 의자 들고 설칠만큼 분노가 이는 모습이었죠
플라시보님/그런 게 연기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연기 잘하는 이성재가 나온 <신석기 블루스>가 망한 걸 보면 연기력보다 시나리오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호랑녀 2005-01-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불쌍한 검사... 많답니다...

마태우스 2005-01-29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 사과님, 저 필름2.0 들어가서 사진 보고 왔는데요, 하나도 미인이 아니던데요? 일단 제 타입은 아니어요. 흑흑

마태우스 2005-01-29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그렇기야 하겠지만 그래도 검사니까, 하는 생각이...제가 검사 오리엔트 되가지고 말이죠...

미완성 2005-01-2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마태님 타입이 아니었군요..ㅜ_ㅜ 마태님이 미인이 아니라고 한 사람은 처음 봐요 흙흙. 쪽 찢어진 눈과 살짝 파마한 머리가 매력있다고 생각했는데..흙흙.
화장이 너무 진했나요?
왠지 안타까워요...;;

마태우스 2005-01-2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전 사과님밖에 없답니다. 호홋. 그리고 제가 모든 여자에게 미인이라고 한다는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하루(春) 2005-01-31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개봉했나 보군요. 전 설연휴 즈음에 하는 줄 알았는데, 올해 볼 영화가 참 많아서 개인적으론 참 기분이 좋답니다. ^^;

마태우스 2005-02-01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앗 그런가요? 전 올 초가 영화의 비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하루(春) 2005-02-0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상수, 강우석, 박찬욱, 김지운 - 다 신작 내놓을 예정임. 말아톤도 기대작.. 게다가 조승우에 필 꽂힌 사람들 많아서 대박 가능성 있죠. 이창동 감독도 신작 준비한다고 하구... 기대돼요. ^^

마태우스 2005-02-0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말아톤 어제 봤어요. 그런 영화는 대박 나야 해요. 조승우 정말.....대단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