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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의 어느 날, 내가 두꺼운 코트를 입고 있었으니 11월이나 12월이었을거다. 그래, 눈도 한차례 온 직후니 12월이 맞을거다. 그 당시 내 상황은 매우 절망적이었다. 2년째 병원에 입원 중인 아버님, 간병에 지쳐 허리가 아프시다는 어머님, 그리고 바닥을 향해 치달아가는 돈.
아버님은 당시 월, 수, 토마다 혈액투석을 받으셨다. 난 토요일마다 병원에 가서 어머님의 간병을 돕곤 했는데, 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토요일이 오는 게 참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12월의 그날도 난 투석을 하는 아버님을 간병하러 병원에 왔다. 하두 많이 찔러대 잘 나오지도 않는 혈관에 주사바늘이 들어가고, 기계의 모니터가 투석이 시작됨을 알리자마자 난 병원 2층으로 내려와 제과점에 들어갔다. 거기서 내가 좋아하던 삼각샌드위치를 사서 우유랑 먹었다. 거기서 우두커니 창밖을 내려다봤다. 끝을 모르는 고통은 견디기 어려운 법, 기나긴 투병에 우리는 모두 지쳐 있었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이 들려왔다.
[이 세상 아니라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텐데
눈물 한 방울도 보여선 안되겠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미소로 날 떠나요
그 미소 하나로 언제라도 그대를 찾아낼 수 있게]
제과점 안에 있는 씨디 플레이어에서 나오는 노래, 난 넋을 잃고 그 노래를 들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노래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다 듣고 난 뒤 종업원에게 물어 그게 포지션이 부른 라는 걸 알았는데, 종업원은 친절하게도 그 노래를 한번 더 들려 주었다. 절망에 빠져 있던 내 마음을 위로해준 그 노래, 난 그날 저녁 집 근처에서 포지션의 불법복제 테이프를 샀고, 틈이 날 때마다 열심히 들었다. 그 후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난 2000년 그 겨울날을 떠올리곤 한다. 지금의 하늘은 그때처럼 잿빛이 아니고, 내 마음도 그때처럼 절망적이지 않지만, 처음 들을 때의 느낌이 그래서 그런지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애잔하다.
내 은사님께서 의대 졸업생과 음대 졸업생간의 결혼식 주례사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의학과 음악은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하나는 인간의 몸을, 하나는 정신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포지션의 는 후자의 좋은 예였다.
I love you
사랑한다는 이 말 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요
I love you
의미없는 말이 되었지만 사랑해요
이제와서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다신 볼 수 없는 이별인데..
돌이킬 수 없는걸 잘 알고 있지만
어떻게든 그댈 잡아 두고 싶은걸..
ho~ho~ho~
이 세상 아니라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텐데
눈물 한 방울도 보여선 안되겠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미소로 날 떠나요
그 미소 하나로 언제라도 그대를 찾아낼 수 있게
love you 기억하나요
처음 그대에게 느낀 그 떨림
I love you 오랜 후에서야
내게 해준 그대 그 한마디
우리 사랑 안 될 거라 생각했죠
너무나도 아름다웠기에
돌아서려 했었던 내 앞에 그대는
꿈만 같은 사랑으로 다가왔었죠..
ho~ ho~ ho~
이 세상 아니라도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텐데
눈물 한 방울도 보여선 안되겠죠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미소로 날 떠나요
그 미소
하나로 언제라도 그대를 찾아낼 수 있게..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약속 하나만 해요
이렇게 아프게
너무 쉽게 헤어질 사랑하진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