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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살았던 오늘 - 이제 역사가 된 하루하루를 읽다
김형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아는 분이 책을 한권 보낼테니 서평을 부탁한다고 했다.
지인이라고 안하고 아는 분이라고 한 건 그렇게까지 친분이 있는 건 아니어서인데,
알고보니 그 아는 분이 해당 책의 저자도 아니었다.
어떤 책일까 했는데 배달된 책을 보니 제목이 <그들이 살았던 오늘>이고, 무지 두껍다.
척 보니까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들의 얘기 같다.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삼일간 보지 않았다.
그 대신 다음날 배송된 <나의 삼촌 브루스 리>을 폭풍처럼 읽었다.
책이 충분히 만족스러웠기에 그 포만감을 간직하기 위해 <제노사이드>를 마저 읽을까 하다가,
아 참, 서평을 부탁받았지,란 생각에 그래도 예의상 책을 집어들었다.
누운 채 책날개를 보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자 이름이 낯익다 했는데, 내가 아는 그 김형민이 맞았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익함과 재미를 모두 갖춘 <썸데이서울>의 저자.
그 책을 몇 분에게 추천했고, 알라딘에 <별 여섯 개를 주고 싶습니다>란 리뷰도 썼는데,
그 리뷰를 보고 책을 읽게 된 알라딘의 대표적인 서평가인 마냐님은 그 책에 대해 이런 서평을 썼다.
[그의 글은 살아 있다...그다지 에세이류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완전히 사로잡혀버렸다. 코드가 맞는달까....무엇보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는 삶....을 지향하면서도 때로는 슬쩍 고개를 숙여버리고...때로는 나중에야, 화끈거리는 얼굴로 진실과 마주하는 우리네 사는 방식. 그 진정성을 함께 나눌 수 있는게 이 책의 미덕이 아닌가 싶다]
<그들이 살았던 오늘>을 읽으면서 마냐님이 했고 <범죄와의 전쟁>에도 나왔던 그 대사가 떠올랐다.
"살아 있네."
특정 날짜와 관계된 사람을 선정해 그에 관한 얘기를 하는 내용인데,
모르는 사람의 경우엔 그에 관한 소개를 해주고, 아는 사람인 경우엔 우리가 모르는 뒷얘기를 해준다.
글쓰기에 관한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그는 키가 컸다"라고 하는 대신 "그는 출입문에 들어갈 때 허리를 구부렸다"라고 하면 더 생동감이 있다고.
김형민의 글은 생동감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 사람의 생을 옆에서 관찰하는 것처럼 실감나게 느낄 수 있으리라.
게다가 그의 삶에 관해 나름의 코멘트를 할 때면 가슴이 애잔해진다.
예를 들어 형사를 도와 칼 든 소매치기와 싸우다 목숨을 잃은 이근석씨 얘기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동료들은..몽둥이라도 하나 들었어야 한다는 둥, 너무 무모했다는 둥 사설을 달고 있었다. 그때 한 선배가 그 구설들을 한 마디로 틀어막았다. "용기 없으면 용기 있는 사람 존경이라도 하자. 그 사람이 그걸 몰라서 그랬겠냐.]
그러면저 저자는 이렇게 우리를 한번 더 부끄럽게 한다.
"용기라는 건 남보다 한발 더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발을 내딛었다가 상처받은 사람의 용기를 기리기보다 한발 나서지 않아 온전할 수 있었던 지혜를 대견스러워하는 것에 더 익숙하다....용기는 무모함으로, 때로는 미련함으로 폄하되기 일쑤다.]
김형민의 전작 <썸데이서울>은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했다.
좋은 책이라고 다 잘 팔리는 게 아니라해도, 그리고 피디로 일하는 저자가 책의 판매에 그렇게 목을 맨 건 아니었다 해도, 무지 아쉬웠다.
<그들이 살았던 오늘>은 이왕이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혔으면 한다.
저자가 나랑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는 확신 때문에.
책에 나온 말을 살짝 바꿔보자.
용기라는 건 남이 안사는 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까지 하는 거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책을 산 사람의 용기를 기리기보단 책살 돈으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을 본 걸 대견스러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