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의 제목은 본문 내용과 아주 조금 관계있음
짧은 치마를 입은 늘씬한 아가씨가 걸어간다. 나도 넋을 잃고 바라보는데, 오토바이를 탄 청년-짐작컨대 피자나 요리를 배달하는 듯-도 놀란 듯 뒤를 돌아본다. 계속 뒤만 보고 가는 그, ‘저러다 일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되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여자라 이해는 됐다.
약수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려면 굉장히 긴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야 한다. 바쁜 사람도 에스컬레이터에서 걷지, 계단을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때, 무지하게 짧은, 검은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계단을 올라간다. 매우 용감하게, 남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듯이. 난 조금 위에서 에스컬레이터 아래를 내려다봤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 쪽으로 쏠린다. 고교생으로 보이는, 교복을 입은 애들은 웃고 있었고, 머리가 희끗한 아저씨는 놀란 눈으로, 젊은이 하나는 넋을 잃고 그쪽을 보다가 뒤에 선 여자친구에게 등을 두들겨 맞기도 했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 것으로 보아 순전히 운동삼아 계단을 택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싶어서? 이유야 어찌되었건 나 역시 그녀가 매우 고마웠다.
짧은 치마를 입은, 늘씬한 미녀와 같이 지하철에 올랐다. 그녀가 앉은 의자에서 두칸 떨어진 곳에 앉았다. 그녀 맞은편에 앉은 아저씨 하나, 부리부리한 눈으로 그녀의 다리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뭘 보려는 걸까? 무릎? 아니면 팬티? 그렇게 뻔뻔스럽게 보고 있으면, 아무리 자신을 과시하고픈 여자라도 짜증이 날 것 같다. 그 끈적끈적한 시선, 으, 그래서 난 아저씨가 싫다.
난 여자 다리를 보더라도 위장을 한다. 책을 보는 척하면서, 혹은 지하철 노선도를 보는 척하며, 그것도 아니면 문가에 기대서서 유리에 비친 미녀의 모습을 본다. 직접 볼 용기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러는 게 미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을 해서다. 빤히 보는 게 더 솔직한 거라고 해도, 솔직함이 언제나 좋은 건 아니고, 여자들도 나처럼 귀엽게 보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아니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