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목 중에서 '잘하는'만 관계 있음
지난주에는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한번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사실 술을 안마신 건 아니다. 수요일에는 출장을 가서 돌리는 잔을 거푸 받아 마셨고, 토요일엔 결혼식에 가서 소주 4/5병을 마셨으니까. 다만 ‘맥주 다섯병 이상, 소주는 한병 이상’을 술 한번으로 규정한 까다로운 규정 때문에 술마신 것에 포함이 안된 거다. 엄밀히 따지면 수요일엔 한병을 더 마셨지만, 몇잔인가 세다가 잊어버리는 바람에 과감하게 뺐다.
아무튼 지난주가 최근 일년 사이 기록적으로 술을 안마신 건데, 그래서 그런지 일요일부터 몸이 좀 아팠다. 아플 때면 일찍 집에 가서 쉬는 게 좋다는 생각에 월요일엔 집에 가자마자 늘어지게 잠을 잤건만, 화요일엔 더 악화되었다. 그래서 화요일에 소주를 한병 넘게 마셔댔더니 역시나 수요일부터 다시 원래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역시 술꾼에겐 술이 보약인 셈.
화요일날 술을 마신 건, 회의가 끝나서 출출하고 해서였다. 내가 존경하는 친구들과 웹진을 만들기로 했는데, 그것 때문에 회의를 한 것. 난데없이 웬 웹진이냐고 하겠지만, 그 친구들은 하나같이 글을 잘써서 재주를 썩히기 아까웠던 차에 이렇게 뭔가를 하게 된 것. 특히 영화 부문에서 일가견이 있는 친구들인데, 성공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일에 참여하게 되니 가슴이 벅차다.
물론 그 웹진에 나의 글은 별로 포함이 안될 것이다. 사실 내 글은 귀염성만 강조할 뿐 별반 상업성은 없고, 웹진의 방향이 영화 쪽인지라 더더욱 나랑은 관계가 없다. 내가 우리 사회에 대해 쓰는 글이 어쩌다 채택이 될지 몰라도, 내가 그 사이트에 기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돈이리라. 그렇다고 몇십만원을 낸다는 건 아니고, 한달에 5만원씩만 내면 된단다.
가만히 보면 난 특출나게 잘하는 건 하나도 없는 듯하다. 글을 좀 쓴다고 하지만 프로는 아니고, 주위 사람들을 조금 웃기지만 그걸로 먹고살 수는 없다. 재벌2세지만 진짜 재벌은 아니고, 술을 많이 마신다 해도 소주 다섯병은 못마시며, 외모가 처진다고 하지만 옥동자에 비하면 너무 잘생겼다. 이래저래 잘하는 게 없으니 분에 넘치는 줄 알면서도 교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그래서 난 이번주에도 로또를 산다.
* 사족: 처음에 로또를 도입한 건 복권을 로또로 통일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외국의 경우도 로또가 생기면서 다른 복권이 다 죽었다지 않는가. 로또의 특징은 한사람에게 몰아주는 것, 당첨금의 절반을 1등에게 준다. 하지만 400억씩 챙겨가는 사람이 나오자 하나씩 하나씩 혜택을 줄여 나간다. 이월하는 걸 한번으로 줄여 버렸고, 급기야는 가격을 천원으로 내림으로써 1등 당첨자의 숫자는 두배가 되었다. 그 결과 이젠 1등을 해도 받는 돈이 10억 남짓, 그 돈이면 직장을 그만둘 수가 없는 것도 그렇고, 1등 당첨금이 10억인 다른 복권과 비교할 때 크게 좋을 것도 없어졌다. 한사람의 400억보다 열사람의 40억이 더 낫긴 하지만, 로또 정신의 훼손이 나로서는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