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10월 2일(토)
누구랑: 후배, 그리고 미인 둘과
마신 양: 겁나게 많이
지난번에 후배와 술을 마신 곳은 미모의 마담이 운영하는 술집이었다. 지하에 위치한,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그 술집은 마담의 미모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별로 없었다. 내 후배는, 그집의 단골이었다. 난 이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마담이 나보다 한 살이 더 많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그 이후부터 피부 관리를 위해 밀크로션을 매일같이 바르고 있는 중이다.
여자 혼자 술집을 하는 건 여러 가지로 어렵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취객들의 난동도 그 중 하나인데, 혼자 와가지고 왜 마담이 자기 앞에 앉지 않느냐고 항의를 하는 사람부터, 어떻게 한번 해 보려고 수작을 거는 사람, 그리고 당장 한번 하자고 조르는 사람까지 있다고 한다. 남편도 없는지라 그녀가 믿을 사람은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정 견디기 힘들 땐 맞은편에 있는 노래방 아저씨의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하지만 순수한 도움은 여간해서 드문 법, 그 아저씨 역시 어떻게 한번 해볼 생각을 할까봐 자주 그러지 못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난 “제가 이리로 이사 올까요?”라는 헛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여간 그날 셋이서 술을 마시다가 순전히 술김에, 추석 연휴가 끝나는 10월 2일날 같이 모여서 술을 마시기로 했었다. 오래 전에 한 약속이라 혹시 까먹지 않았을까 기대를 했지만 웬걸, 후배에게 전화를 해 봤더니 “당연히 마셔야죠!”라고 한다. 그래서... 갔다.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후배는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할 주말에 술을 마시는 게 미안했는지 날 보고 이런다. “형, 오늘 형이 중고차 사러 여기 온 걸로 해줘!” 무슨 말인가 했더니 그가 사는 발산역 근처에 중고차 시장이 있는데, 후배는 집에다 내가 중고차를 사러 왔다가 근처고 하니 술을 마시자고 했다고 말을 했단다. 결혼한 분들, 참 어렵게 산다. 평소 거짓말을 잘 못하던 친구인데, 그 말을 하면서 얼마나 뜨끔했을까?
마담은 친절하게도 미모의 친구를 데리고 나와 넷이서 사이좋게 술을 마셨다. 여자 분들이 마시건 말건 난 후배가 한잔 마실 때마다 같이 마셨는데, 그렇게 똑같이 마시니 주량이 소주 다섯병인 후배를 내가 당해낼 리가 있겠는가? 1차야 잘 넘겼지만 2차에서 난 탁자를 짚고 비틀거렸고, 마담의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술이 좀 약하신가봐요!” 난 결코 그런 게 아니며, 엊그제 시합 때 1등을 하기도 했다고 주장을 하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아무리 컨디션이 좋아도, 너무 센 상대를 만난 게 불운이었다. 그래도 뭐, 미녀와 함께 한 즐거운 술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