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 사진은 본문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데요.

* 글을 하루에 하나는 써야 하는데, 오늘 하나도 안썼네요. 그래서 시덥잖은 글을 하나 써요. 전부터 쓰려고 했던 건데요, 뭐 그냥 넋두리죠.

전 알라딘 마을을 매우 평화로운 곳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푸른 잔디가 깔려있고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곳, 연못에는 금붕어가 뛰놀고 갈대밭에는 파란여우가 있지요. 이따금씩 판다가 눈비비고 나오는 알라딘 마을, 사람들은 늘 즐겁게 춤을 추고, 때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습니다. 이곳이 전 참 좋습니다.


하지만 살 책을 고르기 위해 책 리뷰들을 보다가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싸이코가 뜬다>의 리뷰에서 어느 분이 ‘폭력’ 얘기를 하자, 다음과 같은 답글이 달렸습니다.

매캐한 당신(7/30):  그렇다면, '알라딘 마을' 모임의 폭력은 어떠한가.


그냥 의견이 다른 사람의 말이려니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폭력’이란 그 말은 오늘 오전 내내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폭력을 휘두른 적이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언제나 따뜻이 맞아 줬고,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눴습니다.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이벤트를 열고, 주머니를 털어 상품을 줬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들 어디에서 폭력의 낌새를 찾을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건 서재질을 열심히 하는 극히 일부의 알라디너에게만 해당될 뿐, 거기 끼지 않는 수많은 분들에게는 우리끼리의 결속이 폭력으로 보일 수 있나 봅니다. 알라딘 마을은 사실 굉장히 넓습니다. 저야 제 서재를 찾는 200명 내외의 서재 주인들밖에 모르지만, 알라딘에서 활동을 하는 사람은 사실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언젠가 놀란 적이 있습니다. 평범한 여대생님이 페이퍼를 전혀 안쓰실 무렵, 그분의 즐찾 수가 450명을 넘고 있었다는 사실에요. 그전에 제가 인기 서재 주인장들과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즐찾의 한계는 몇 명일까? 300명? 400명?” 저야 페이퍼를 열심히 쓰면 즐찾이 늘 것으로 생각하지만, 평범한 여대생님은 수준높은 리뷰로 많은 독자들을 형성하고 있었던 거죠. 즐찾 숫자에 비해 방문객이 훨씬 더 적은 것은 많은 분들이 리뷰만을 읽기 때문일 겁니다. 별로 잘쓴 것도 아닌 제 리뷰에 추천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코멘트가 주렁주렁 달리는 것을 보면서 그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을지 모릅니다. 같은 반 애들끼리 일부는 고기를 썰고 나머지는 라면을 먹는다면, 후자는 전자가 미울 수도 있겠지요. 우리끼리 이벤트를 돌리고, 서로의 서재를 오가면서 노는 것도 그러니까 폭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옵니다. 모든 사람이 다 친하게 놀 수는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우리가 새로운 사람을 배척한 적도 없거든요. 지금 해놓은 즐찾도 부담이 되는데, 새로운 사람을 찾아 서재를 헤매고 다니는 것도 힘들지 않을까요? 할수없이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사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긴 해도 새로운 사람이 방문하면 따뜻이 맞아 줍시다. 사실 인기서재의 주인장에게 인사를 드리는 건 굉장히 떨리는 일이거든요. 제가 서재질 초창기엔 검은비님이나 진우맘님 서재에 댓글을 다는 게 얼마나 무서웠다구요. 그래도 그분들이 따뜻이 답을 주셨기에 오늘의 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친절과 따스함, 오늘 글의 주제였습니다.


댓글(6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비로그인 2004-09-01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어설픈 리뷰에 찬사를 보내주시니....;;;; 삐질삐질... 남들이 말로 표현하는 것까지 전 글로 해대다 보니 조금 더 부산스런 문체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을 뿐, 모든 세계는 접하면 접할수록 오묘하고도 깊이있기에 항상 제 한계를 절감하고 있는걸요... (사실은 리뷰 쓰는 그 순간 소심증에 시달립니다. 이 책에 이런 평을 가하면 다른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라면서--;)
폭력이라는 개념 역시 상대적인 것이겠지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거대한 문화에 외부자로서 개입하려 들 때 느끼는 소외감 역시 의도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충분히 폭력적일 수 있는 것일테구요. (폭력이라는 개념 역시 정의하기 나름이니까요. 아... 이 알 수 없는 상대주의적 논리...)
서재에서 노는게 이렇게까지 재미있는 줄 모르던 시절과 지금. 얼굴에 깔린 철판의 두께가 조금 더 두꺼워지긴 했지만, 제 아무리 두꺼운 두께의 얼굴을 가질지라도 결국에는 인터넷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할 듯 싶네요.. 후훗... 절 처음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하지요. '도무지 친해질 수 없을 거 같은 사람'이라고. 아주 사교적이고 성격 좋은 분들도 저의 낯가림이 심하다 못해 무뚝뚝한 태도 앞에서는 다들 무릎을 꿇더라는....;;; 어설픈 수험생 신분만 아니라면 고기파티(?!)에 가서 뻘쭘하게 나마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있겠지만, 공부는 안 하지만서도 마음만 급한 상황인지라... --;;
하암.. 아무래도 오늘은 잠병에 걸린듯 하여 이만... 휘리리릭...

2004-09-01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9-0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고기파뤼 3차 정도 진행중이실까요(웃음)

2004-09-01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arrysky 2004-09-01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소외시키지도 배척하지도 않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네가 나쁜 것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혼자 받는 상처도 상처니까요..
음.. 어떤 분(들)인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 상처에 한몫 한 듯해서 죄송스럽네요.. 아, 참 어려워요.

2004-09-01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annerist 2004-09-01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모임에 가나 '나'를 드러내고 말을 하는 데는 크거나 혹은 작은 정도의 용기가 필요할 겝니다. 그렇게 용기를 보인 사람에게 기존 집단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이 일정 크기에 벽을 허물어 그 사람을 맞아줄 거구요. 그러다가 말이 오가고, 또 친해지고. 이 과정을 거칠게 말해 '진입장벽 허물기'라고 할 때, 알라딘 서재는 제 경험상 그 장벽의 크기가 꽤나 낮은 곳이더군요. 맥락없이 자기 하고싶은 말만 툭툭 던지고 사라지는 '도사'들이나, kin등등을 외치는 악플도 꽤나 드문 편이구요. 아무 제한과 맥락 없는 '폭력'(주요 개념이 저런 제한 없이 포함된 문제제기방식은 무시하는 편입니다) 이란 말에 너무 깊게 빠질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그런 생각을 해요. '주의환기'정도로. 가끔 낮익은 사람들이 한 마디 리플 남길 때, 반갑습니다. 한 마디 쓰고 거들어주는거, 어렵지 않은 일이니 잘 지키자. 라구요. 그 사람이 꽤나 큰 용기를 내어 몇 자를 썼을지도 모르니까요. 이 점은 저도 생각해봐야겠네요. 그 분이 쓴 '폭력'이라는 말이 알라딘 서재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이정도의 주의환기. 라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삐딱하게 보자면 한없이 삐딱하게 볼 수 있는게 사람 마음이니까요. 지금 이 글과 많은 수의 리플도 삐딱하게 보면 '저것들 이럴 때 한 번 생각해 주는 척 하고, 이런 글을 면죄부삼아 다시 폭력(그 분이 쓰신 대로라면)을 행사할게 뻔해.'라고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주의환기' 딱 그정도. 라고 생각합니다.

낮선 분들이 글 남기실 때, 지금보다 더 반갑게 맞아야 하겠네요.

2004-09-02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2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02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groove 2004-09-0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정말로 착하신것같아요 남도 배려할줄아시고..감동!!

2004-09-02 0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4-09-0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roove님/글로만 착합니다.... 착하게 살아야 할텐데...
매너리스트님/코멘트로 남기기 아까운 좋은 댓글인 것 같습니다. 결론은 우리가 반갑게 맞아주자는 거지요?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먼저 말을 걸어주고 그러는 것도 필요할 듯 싶어요. 자신은 없지만...
스타리님/맞습니다. 님은 너무너무 인기가 많잖아요. 님의 높은 인기에 저도 상처받을 때가 있다면 믿으실까요?
마크님/고기파티는 토요일이구요, 어젠 그냥 학장님 모시고 다른 거 먹었어요.
평범한 여대생님/수험생일수록 잘 드셔야 하는 거 모르십니까? 즐찾 500명이신 분이 쑥스러워하시면 안되죠!!

ceylontea 2004-09-0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도.. 어제 마태우스님 출연하신 프로그램 못봤어요... 이 페이퍼 읽을 때까지만 해도 생각했었는데... 어제 회사에서 열받는 일 있어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답니다... 죄송해요... 그래도... 전 번개에 갑니다...

soyo12 2004-09-02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모임에 들어가거나 그 곳의 친한 사람들 사이와 자신 사이에 약간의 장벽이 보이는 건 사실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곳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꿋꿋히 들어갈 수 있는 넉살만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뭐 넉살을 깔았는데도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면 나와 안맞은 것 그뿐이고, 세상 그 누가나 나를 좋아할 수도 없고, 세상 그 많은 사람을 제가 사랑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예수도 못한 걸 그저 인간의 딸인 제가 할 수는 없을 것 같거든요. ^.~

마냐 2004-09-02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고민들....역시 오라버니와 저는 마씨의 핏줄로 엮인 모양임다...
비슷한 글...써놓고 숨겨놓았는데....하하하. (삐질삐질)

마태우스 2004-09-0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어머나 왜 숨겨두셨어요... 제게만 보여 주셔요!! 하여간 마씨는 속일 수 없나보죠? 근데 제가 오라버니라니요, 누님!
소요님/초등학교 때 전 애들과 친하고 싶어서 늘 그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곤 했었어요. 그때 누군가가 제게 손을 내밀어 줬다면 초등 시절이 좀더 아름다웠겠지요. 지금 제 기억에 초등 시절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어요
실론티님/저도 못봤는걸요. 죄송하긴요... 내일 뵈요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