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그콘서트의 인기 프로 ‘애정남’에서 최효종은 특유의 능청스런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남자는 검은 동물이니깐요”
남자라면, 그리고 남자와 사귀어 본 여자라면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다 알 거다.
끈기를 기르기 위해 댄 시몬스가 쓴 <일리움>을 읽고 있다.
300페이지 넘게 읽었지만 총 9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인지라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이 책은 그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일리움 평원에서 벌어진 트로이 전쟁을 다루고 있는 듯하다.
‘듯하다’라고 쓴 건 시공을 초월하는 얘기가 워낙 많이 나오기 때문인데,
아무튼 여기엔 켄터베리라는 남자가 나온다.
원래 지구인이었던 그는 트로이 전쟁을 관찰하라는 신의 명령을 수행 중인데,
거기에 스파이 일까지 청탁받아 모습이 보이지 않는 투구와
누구로도 변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다.
당신이 남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겠는가?
켄터베리의 말이다.
“임무를 수행하는 사이사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여인,
헬렌을 볼 기회를 노리고 이 도시 이 궁전으로 은밀히 오곤 했다.“

그럼 안되지,라고 욕하지 말자.
이게 남자들 대부분이 하는 짓이니까.
신한테 걸리면 죽을 수도 있지만, 남자의 욕망은 멈추질 않는다.
“헬렌은 욕실에 있었다...나는 욕조에 있는 헬렌을 바라봤다.
수천척의 배들을 출정시킨 것이 바로 저 가슴이란 말인가!”
헬렌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는 것이 “나의 빈약한 표현 능력을 넘어서는 것”
이라고 말하는 켄터베리는 ‘무엇으로도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해 더 대담한 짓을 한다.
왜 아니겠는가? 남자란 검은 동물인데.
“이제 나는.....파리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책을 읽으면서 “이 자식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켄터베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를 본 헬렌이 묻는다.
“당신, 저한테 뭘 원하세요?”
켄터베리는 말한다.
“침실로 갑시다.”

언젠가 국방부의 수뇌부들이 린다김에게 헤까닥 넘어가 그녀가 사라는 무기를 샀었고,
얼마 전에는 그닥 미모도 아닌 덩 여인에게 외교부 인사들이 잘 보이려는 마음에서
기밀도 아닌 정보를 건네 주려고 안달했었다.
이러니 남자한테 비밀을 요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기면 안되는 거다.
문제는 본능이 이성을 앞서는 게 이해될 20대만 그런 게 아니라
30, 40, 50, 60, 70대가 되더라도 남자는 여전히 검은 동물이라는 점.
책의 주인공인 켄터베리 역시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남자인데 이 짓을 하고 있다.
남자는, 검은 동물이다. 나이가 들었던 안들었던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