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격한 사건 하나. 신촌에서 술을 먹고 3차를 가는데, 쿵 소리가 난다. 차 한 대가 경찰차를 받았다. 그거야 뭐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운전자가 술에 잔뜩 취해 있었던 것. 술에 취해 경찰차를 받았다,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비극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군의관은 군대 내에서 왕이다. 계급도 대위지만 상관의 명령과 관계없이 활동하니, 맨날 테니스를 치고 모여서 TV를 보는 등 편하게 지낸다 (아무리 그래도 민간인보다야...). 인간이니까 군의관 중에도 품행이 방정치 못한 사람이 있기 마련, 군대 내에서 금지된 술을 마시고 깽판을 치기도 한다. 그럴 때 제지하는 사병을 패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냥 넘어간다. 군대니까. 하지만 내가 아는 후배 하나는 같은 군인을 팬 게 큰 문제가 되었다. 왜? 맞은 사람이 군 법무관이었으니까. 다른 사람은 다 패도 법무관은 건드려서 안되는 것이었다. 후배는 결국 마르고 닳도록 빌고, 합의금도 전달하는 등 개전의 노력을 보인 끝에 영창에 가는 일만은 피할 수 있었다.


한 범죄자가 경찰을 죽였다. 그것도 둘씩이나. 경찰들이 열을 받은 건 당연했다. 모든 경찰이 눈에 불을 켜고 범죄자를 찾는 와중에, 그가 숨을 곳은 없었다. 결국 그는 잡혔고, 그 과정에서 자해까지 했지만 아무도 그를 동정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도 죽여서는 안되지만, 경찰을 죽인 건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


차제에 경찰의 위상에 대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최초로 여자 경찰서장이 된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나야 혼자 사니까 괜찮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돈 가지고 어떻게 사냐”고. 그렇다. 그들이 직면한 위험에 비해 우리 경찰의 처우는 너무도 열악하다 (그런 분야가 어디 한둘이겠냐만은). 게다가 양동근이 나온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웬만한 경우가 아니라면 총도 쏘지 못한다. 총을 쏴서 용의자가 다치면 과잉진압이라고 난리를 치는 상황에서 허리에 찬 총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달리기 선수가 아닌 바에야 총도 없이 도망치는 범죄자를 잡을 수 없는 법, 하지만 그 경우 “경찰은 뭐하냐”느니 치안이 구멍뚫렸다느니 더 큰 난리가 난다. 뉴스 같은 데서 보면 경찰서에서 범법자들이 난동을 피우는 일이 잦은 모양이다. 한번은 기자 하나가 술을 먹고 공공기물을 부수기에 수갑을 채워 놨는데, 기자가 나중에 항의를 하는 바람에 결국 서장이 사과하고 경찰 하나가 전근을 가는 것으로 끝났던 것 같다 (기억이 확실치 않다). 경찰의 위상은 이처럼 떨어져 있다. 


엊그제 술을 먹으러 가던 중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리어커를 끌고 있었다. 너무 힘이 들어 보여서 우리가 끌어 줬는데, 마침 경찰서 앞을 지나게 되었다. 밖에 서있던 경찰 둘이서 우리한테 “이분 집 아니까 우리가 모셔다 드릴께요”라고 얘기를 하면서 리어커를 인수받았다. 차에 할머니를 태우고, 트렁크에 리어커를 아슬아슬하게 싣고서 떠나는 경찰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경찰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몇몇 미꾸라지같은 악덕 경찰 때문에 경찰 전체가 욕을 먹지만, 그런 걸로 모든 경찰을 매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열악한 처우에다 시민들의 사랑마저 없다면, 우리 사회에서 경찰이 설 자리는 과연 어디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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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8-1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옳소
찬성하고 추천 꾹 누릅니다.
앗싸~~!!
오늘은 내가 일등!
오호호호
살다보니 이런 날도 ^0^

호랑녀 2004-08-10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이렇게 산답니다.
나 <= 공무원 마누라...ㅠㅠ

(그런데, 경찰차를 받았거나 마태님의 차를 받았거나 결과는 똑같아야 하고, 군법무관을 때렸거나 사병을 때렸거나 처벌의 강도는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태님이 그러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는 건 아니구요.)

밀키웨이 2004-08-1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등했으니 이제 천천히 숨 좀 돌리고 이야기를 해도 되겠군요.
저 위의 몇줄 쓰는 동안 혹시 일등 뺏기는 거 아녀? 싶어 가슴이 콩닥콩닥 ㅋㅋㅋ

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볼 때마다 참..그렇구나..싶어집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보았던 기동순찰대니...현재 텔레비젼에서 가끔가끔씩 보는 CSI과학수사대같은 그런 이야기는 저 멀리 미국땅에서는 가능한 이야기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턱없는 이야기지요.
투캅스를 보고 사람들은 배꼽 빠지게 웃었지요.
하지만 그 영화를 보고 나서 은연중에 우리 의식 속에 경찰들도 뒷주머니 만만치 않아~~ 그런 생각이 들어가진 않았나..싶어요.
물론 뒷주머니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화 "공공의 적"에서 강력계는 좀 먹어도 된다는 멘트도 나왔는데 전 단순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래..경찰 진짜 박봉이라는데 좀 먹으면 어때? 더구나 강력계는 목숨 내놓고 한다잖아'
그런 생각도 들더만요.

stella.K 2004-08-10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맞아요.
저도 작년에 양동근 나오는 그 영화 봤어요. 뭐였지? 기억력하군...정진영이도 나오던데, 둘이 너무 괜찮았지요. 안 그래도 힘들어 보이던데, 실제로는 얼마나 힘들까요?
마태님의 글은 인정미가 넘쳐서 좋아요. 저도 추천 한방해요.^^

비로그인 2004-08-10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름다운 모습입니다. 근데...쫌 껄쩍지근한 상황을 경찰들이 많이 연출하긴 하지 않나요?

플라시보 2004-08-1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찰들을 보면 가끔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정말이지 박봉에 하는 일은 늘 위험천지고 보통 사람들과 같은 출퇴근 시간은 생각할수도 없으니까요. 거기다 덩어리 큰 사건 (회사로 치면 감사가 뜬다던지 하는) 얼마나 또 자주 일어나겠습니까. 무슨 일만 생기면 경찰부터 뭐라고 하고... 물론 그들도 사람이기에 경찰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민중의 지팡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수고하는 것 만은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태우스 2004-08-10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님은 정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이군요....
폭스님/님이 더 아름답습니다
스텔라님/님은 항상 저만 좋아해요^^
밀키웨이님/오오, 님은 평소 경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셨군요!! 전 아침에 잠깐 했었는데...
호랑녀님/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래요, 전 그 생각은 못했었어요

sweetmagic 2004-08-10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도 너무한 일 하니까 떠오르는 일화가 있는데 .. 오타가 자꾸 나서 글쓰기가 시러요. ㅠ.ㅠ;;

털짱 2004-08-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래두 아직 제복입은 경찰이 지나가면 좀 경직되요. 잘못한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런 걸까...? 더운 날씨에 온갖 사람들한테 치이면서도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해주는 경찰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대도시에 살고 있다는 걸 감사드립니다.^^ 저두 추천!

soyo12 2004-08-1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목숨에 대한 대가를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 나라는 너무 박한 것이 아닌 지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가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없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내 앞에서 딱지를 떼거나 조금의 불편을 주는 경찰은 한없이 욕하는 저는
소시민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찰 사건을 보면서 든 생각은
제복을 입은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펜을 든 기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며칠 전의 흉악범 이야기에 그토록 욕을 하다가
두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에 경찰을 옹호하고
경찰들이 범인을 잡는 과정으로 넘어가서 다시 대책없이 욕을 하는 미디어를 보면
정말 무섭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