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2002년형 마티즈 2를 샀다.

내 이름으로 차를 등록하는 건 생애 처음으로,

천안역과 학교 사이만 왔다 갔다 할 용도로 샀다.

그 덕분에 이제 천안역에 내린 뒤 버스를 갈아타가면서 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졌고,

가끔은 차를 타고 나가 맛있는 걸 먹고 올 수가 있게 됐다.


천안역에서 학교로 가다보면 5거리가 두 개 나온다.

역말5거리와 단대5거리인데, 신호대기 시간이 워낙 길어

학교까지 가는 시간의 대부분이 여기서 소모된다.

하지만 어제 아침엔 이 시간이 길다고 생각지 않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위험한 관계>를 읽고 있던 탓이다.

저자의 전작 <빅 픽처>를 읽으며 하얗게 밤을 샌 기억 때문에

두 번째 책 또한 망설임 없이 구매를 했는데,

이번 책 역시 몸살이 날 만큼 재미있었다.

“토니 홉스를 만난 지 한 시간 쯤 지나 그는 내 목숨을 구해주었다”는 첫 구절부터 이 책에 빠졌고,

그 뒤부턴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기차에서 잘 수가 없었으며,

걸어가는 도중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다 읽고 나자 앞으로 어떻게 살지 걱정이 앞섰지만,

저자의 세 번째 번역본이 9월에 나온다는 글귀에 위안을 받았다.
 


어떤 책이든 읽다보면 대충 예측이 되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들은 벌어지는 사건들이 내 상상을 훨씬 뛰어넘으며,

진행이 워낙 스피디해 시속 180킬로로 달리는 아우디를 탄 느낌을 준다.

<위험한 관계>이 내게 유익했던 건 산후 우울증과 육아의 어려움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것.

“육아는 같은 일들이 정확하게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우유 먹이기, 기저귀 갈기,우유 먹인 후 트림시키기, 흔들어 재우기, 항상 가까이 있기, 배앓이 다스리기, 또 우유 먹이기, 또 기저귀 갈기...(280쪽)”

나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됐겠지.

누나도, 그리고 내 동생 둘도, 세상에, 어머니는 어떻게 네 명의 자녀를 키우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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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6-1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다락방님도 추천하셨던데. 확실히 읽어봐야 할 책이네요. ^^
예전에도 마태님 운전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본인 이름으로 등록한 건 아니었나보군요. 마티즈가 마태님의 긴 다리를 수용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미모의 사모님 차는 아래 사진? ^^

마태우스 2011-06-14 15:57   좋아요 0 | URL
그 차는 어머니 차였구요. 글구 마티즈도 타보니까 아주 좋더군요. 제 다리가 생각보다 길지 않더라고요 호호홋.

Mephistopheles 2011-06-11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럼......마티즈에서.......아우디로....차종을 변경하셨다는..말씀이시라고..좋았다가 말았다는....(알고 보니 리뷰 페이퍼라는..ㅋㅋ)

마태우스 2011-06-14 15:57   좋아요 0 | URL
아우디를 타본 적은 있습니다^^ 살 생각은 없습니다

꼬마요정 2011-06-1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땡기네요. 아아.. 안돼요.. 지금 질러버린 책이 얼마나 많은데 이것까지 읽을 시간은..크흑..

마티즈에서 아우디라니.. 100원짜리 자판기 커피 마시다가 루왁 커피 마시는 것 같은 충격이로군요~^^

마태우스 2011-06-14 15:58   좋아요 0 | URL
사실 아우디 타고 180 달려본 적은 없습니다. 아, 180 달리는 차를 본 적은 있어요!

blanca 2011-06-13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창 초보운전중이라 이 글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저희 차 사각 모서리를 아주 다듬어 주고 있는 중이랍니다.==;;평행주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데 오늘은 어쩔 수 없이 그럴 상황이 와서 주차요원의 지도하에 평행주차 처음 해봤네요. 저 책이 그렇게 재미있어요? 육아가 같은 일들의 반복이라는 말에 완전 공감가네요. 그런데 꼭 육아가 아니어도 세상일들 대부분이 그런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지루해하지 않고 되도록 몰입해서 즐겁게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텐네 쉽지 않네요...

마태우스 2011-06-14 15:59   좋아요 0 | URL
평행주차, 그거 어렵죠. 밖에 나가시려면 반드시 익혀야 한다는... 하긴, 육아 말고 세상 일이 다 반복이긴 하죠. 하지만 육아와 가사는 좀 심하게 반복이지 않나요.

아싸가오리리리 2011-06-16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하느라 '나를 생각해'를 일주일 전에 사서 아직 반 밖에 못 읽었는데 흑 위험한 관계를 먼저 읽고 싶네요. ㅎㅎ 지루한 독서실에서 상상으로나마 아우디를 타고 잠시 드라이브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네요. ㅎ

마태우스 2011-06-17 10:08   좋아요 0 | URL
어 그러시군요 그럼 뭐, 위험한 관계 먼저 읽으시죠 뭐. 너무 빠르다 싶으시면 다시 나를 생각해, 읽으시구요.

민세민석아빠 2011-06-3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의 마지막 날에 선생님께서 로긴하신 페북의 글귀들을 보다 문득 선생님의 홈피가 보고 싶어 와 봤더니 쉼없이 독서를 하셨다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저두 선생님께서 써 놓으신 글을 보고 비오는 장마에 한번 도전해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