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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소파
제니퍼 와이너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새 책을 사는 사람도 있고, 중간중간에 맘에 드는 책이 있으면 일단 사놓고 보는 사람이 있다. 전자의 경우 책을 읽는 속도를 가늠하지 못해 읽을 책이 없는 상태를 경험해야 한다는 게 단점일 테고, 후자는 읽을 책이 밀리게 되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단점이 있다. 난 후자로, 지금 책꽂이에 안읽고 방치해 둔 책이 엄청나게 쌓여, '저걸 언제 다 읽지?'라는 생각을 이따금씩 한다. 한 한달만 절에 가서 책을 읽으면 밀린 숙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져버린 내가 절에 가서 단 이틀이라도 버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작년에 이 책을 사놓고 한참을 팽개쳐 뒀다. 이리저리 빼면서 이 책 읽기를 미룬 것은 아마도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기 때문-452페이지-이기도 하고, 내용이 좀 심각할까봐서였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제니퍼 와이어가 지은 <노란소파>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대사는 톡톡 튀었고, 유머러스했다. 허구한 날 술만 먹다보니 덜컥 배탈이 나버린 어제, 초저녁부터 이불을 깔고 누워서 "아이고 배야"를 연발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다 덮었을 때 시각을 보니 새벽 두시, 책을 덮자마자 배가 더 아파온 걸 보면 이 책의 재미가 내 배탈을 일시적이나마 경감시켜줬을 거다.
이 책을 산 이유는 페미니즘 계열의 소설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는데, 물론 그게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보편적 여성이 겪는 어려움보다는 뚱뚱한 여자의 삶을 그린 책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여자가 뚱뚱해서 겪는 고통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세상은 여성에게 실현 불가능한 몸매를 요구하고, 여성들은 거기에 맞추느라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다. 내가 볼 때 날씬하기 짝이 없는 어떤 미녀의 글이다.
[아침은 어제 남긴 쌈야채와 버섯 그리고 참치였다.
아이스녹차와 쿠키 한조각이 점심대용이 되었고
저녁은...-_- 왤케 어제 자장면을 먹는 사람이 많은 건지.
그래서 집에서 짜파게티 끓여먹었다]
이 정도면 많이 먹은 것도 아니건만, 이분은 이 글의 제목을 '다이어트 비상!'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인생이라는 게 잘먹고 잘살자고 하는 건데, 왜 우리는 여성들을 이런 굴레에 가둬두는 걸까. 다음 구절은 정말이지 공감이 간다.
[패션디자이너들은 여자 몸무게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운동복만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장이니 스커트니 재킷이니 하는 것들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지, 체구가 큰 여자용으로는 저런 옷밖에 만들지 않는다(47쪽)]
이 책의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큰 몸을 긍정하게 되며, 소설의 내용이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데,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자기를 냉정하게 찬, 그리고 자신을 온 천하에 웃음거리로 만든 남자에게 주인공이 계속 미련을 갖는 게 답답했지만, 그것도 사실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브리짓 존스>가 생각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이쁜 연예인에 대한 편견도 어느정도 없애주는 좋은 책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