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미녀가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지나간다. 중간에 남자들이 껄떡대지만, 그녀는 화사한 미소로 그들을 물리친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미녀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그 숨결에 중독된 남자 하나는 그대로 쓰러지고 만다. "그녀의 침묵엔 이유가 있다!"는 광고카피가 인상적인 이 광고는 입냄새 관련 광고다.
입냄새, 이것 때문에 사람이 죽는 일은 없지만, 주위 사람에게 끼치는 해악은 그야말로 지대하다. 잘생기고 직업 좋은 김모씨, 그는 이빨이 썩었는데 오랫동안 방치하다 입냄새가 심해졌다. 주위 사람도 그렇지만, 그와 키스를 해야 하는 그의 애인은 정말 고역이다. 그걸 어떻게 참고 견디는지, 정말이지 사랑의 힘은 위대하기만 하다.
이 사람의 경우처럼, 입냄새의 원인은 대개가 구강에 서식하는 세균에 있다. 식도역류나 소화기계 질환으로 입냄새가 날 수도 있지만, 그건 매우 드문 일이란다. 위에 언급한 사람은 충치 때문이었지만, 대부분은 잇몸 질환이 원인이다. 치석이 쌓이고 세균이 증식하면 잇몸질환이 생기고, 참기 힘든 입냄새가 난다. 원인이 이렇다면 결론은 하나, 이를 잘 닦고, 치과에 가끔 가주면 되는 거 아닌가. 해결은 이리도 쉽지만, 이게 또 잘 안된다. 치과란 곳은 어린이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다참다 더 이상 못참을 때가 되어서야 치과에 간다. 그러니 자발적으로 치과에 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년에 한번 정도라도 스켈링을 해주면 좋을텐데 말이다.
남말 할 것도 없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 역시 엄마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된 고1 때부터 스켈링을 한번도 안해버렸으니까. 서른까지 그렇게 살다보니 잇몸에서 자발적인 출혈이 생길 정도가 되었고, 입에서 나는 냄새에 내가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 당시 나와 키스를 해준 뭇 여성분들에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아무튼 난 친구를 찾아가 스켈링을 했고, 몇 번을 그러니 잇몸은 좋아졌다. 그때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스켈링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난 또다시 몇 년을 치과에 안가고 버텼다. 결과는? 후배의 말이다. "형 나이에 이렇게 잇몸이 안좋은 사람은 처음이어요"
뒤늦게 위기감을 느낀 나는 석달에 한번씩 치과에 가서 스켈링을 한다. 잇몸이 워낙 안좋은지라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피가 솟구치고, 스켈링 내내 너무 아파 죽겠다. 그래도 스켈링을 자주 하니 입냄새는 거의 안나는 것 같아 좋다. 할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키스에 문제는 없다. 음하하하.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젊은이들에게 이 말을 한다. 가끔씩 스켈링 좀 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내 말을 비웃는다. "전 잇몸이 튼튼해서 괜찮아요! 하하" 나도 그 나이땐 잇몸이 튼튼했고, 잇몸과 이빨은 튼튼할 때 지켜야 하는 법이다. 젊은이들이여, 치과에 가자. 30대의 달콤한 키스를 위해서!
* 입냄새와는 다른 얘기지만, 트림 냄새도 정말 장난이 아니다. 파 냄새가 아스란히 섞인 트림은 인간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방귀보다 훨씬 무서운 무기다. 참고로 그런 트림을 하는 친구가 내 주변에 있다.
** 벤지는 5년 전 치석제거를 받은 뒤 그냥 살고 있다. 이도 안닦는데다 사료도 아닌 음식을 먹으니 입냄새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 아름다운 얼굴에서 어떻게 저런 입냄새가 나는지, 신통하기까지 하다. 치석제거를 하기 위해서는 마취가 필요한 바, 지금 벤지의 체력으로는 그런 과정을 견딜 수가 없으니 그냥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벤지는 나랑 하루 한번 뽀뽀를 한다. 내가 퇴근을 하고 집에 갔을 때 뿐이니, 아무 때나 주인의 입을 핥으려고 시도하는 다른 개들에 비하면 벤지의 입술값은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그놈의 입냄새 때문에 난 녀석과 뽀뽀를 할 때마다 현기증이 난다. 물론 녀석도 큰맘먹고 해주는 거라 내색은 하지 않는다.
이따금씩 벤지는 내 손등이나 다리를 핥을 때가 있다. 왜 그러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지딴에는 나에 대한 서비스 차원일 것이다. 성의를 가지고 하는 짓이니 말릴 수가 없지만, 그러고나면 손등에서 나는 냄새가 정말 장난이 아니다. 가끔 졸릴 때, 그러나 자지 말아야 할 때 맡으면 잠이 확 깰 수준이다.
최근 며칠간 벤지가 입에서 피를 뱉어냈다. 결핵이나 기관지확장증 같은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런 건 개한테 드문 질환이고, 대개는 잇몸이 안좋아서 그러는 거란다. 잇몸을 소독하는 약을 무려 2만원을 주고 산 뒤 수시로 넣어 주고 있는데, 제법 효과가 있는 듯, 그 뒤로는 피를 뱉는 일이 없다. 피부는 좋을 때 지키는 것이듯, 잇몸 또한 그렇다는 걸 벤지를 통해서도 깨달을 수 있다. 피가 절로 나올 때까지 방치한 난 나쁜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