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과 더불어 '미'가 우리 사회에서 숭배의 대상이 된지는 오래 되었다. 하지만 '미'란 단어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성적표에 '미'가 새겨지는 걸 좋아할 사람도 없겠고, 미스코리아 미란, 물론 미라도 되면 좋겠지만, 진과 선보다 못하다는 얘기가 된다.
난 미스코리아 입상자를 1, 2, 3등으로 하지 않고 진선미로 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 올림픽 1, 2, 3등을 가리키는 금, 은, 동은 시장에서 가격 차이가 나니 수긍이 가지만, 추상적인 가치들을 서열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 眞(진)은 '참되다'는 뜻이고, 善(선)은 착하다는 말이니 보는 사람에 따라서 美(미)보다 우월할 수 있겠지만, 외형적인 아름다움만을 기준으로 입상자를 정하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되고 착한 것이 왜 중요하담? 게다가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성질이 못돼도 이쁜 여자면 다 용서가 되고, 착한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이 아니던가. 그러니 시대변화에 맞게 미스코리아 대회의 입상자는 미-진-선의 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수우미양가도 그렇다. 빼어난 것, 우수한 것, 아름다운 것, 선량한 것, 그럴듯한 것, 이런 것들을 어떻게 서열을 매길 수 있담? 대학에서 주는 학점인 A, B, C, D는 알파벳 상으로 서열화가 되어 있는 것이지만, 빼어난 게 우수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고 주장하는 작금의 성적표는 이해하기 힘들다. 왜 처음부터 가-나-다-라의 체계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아마도 여기엔 성적이 좀 나쁘더라도 나름의 존재가치가 있다는 나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메시지에 걸맞는 시대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공부 못해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광고카피가 유행하던 그 시절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태교를 시작으로 아이는 공부의 무한경쟁에 뛰어들며, 초등학교 전부터 영어, 수학을 배운다. 초등학교 아이들만 되어도 바빠서 놀 시간이 없고, 중학생은 거의 입시생이다. 그런 살인적인 현실에 걸맞게 작금의 수우미양가 체계도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좀 길긴 하지만 이렇게 바꿔봤다.
수--> 잘했어!
우--> 앞으로 잘해.
미--> 정신 안차릴래?
양--> 자넨 도대체 뭔가?
가--> 니가 인간이가!
어떤가? 이쯤되면 성적표를 받는 아이도 경각심을 받지 않겠는가? 노골적으로 "부자 되세요!"를 외치며 광고계를 평정한 BC카드 광고처럼, 성적 매기는 것도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엄마, 나 이번에 빼어난 거 세 개랑 우수한 거 하나, 아름다운 거 둘 받았어요"라는 것보단 "잘했어 세 개랑 앞으로 잘해 하나, 정신 안차릴래 두 개 받았어요"라는 게 훨씬 알아듣기 쉽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