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6월 4일(금요일)
마신 양: 맥주--> 더 센술--> 좀더 센 술...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일거다. 느낌이 이상해 가슴께를 만져보니 젖이 하나 더있다. 무지하게 놀랐다. 떼었더니 금방 떨어졌다. 휴우 하고 안심하려다, 불길한 예감에 등을 만져봤다. 뭔가가 나 있다. 무서워진 난 엄마를 부르면서 어디론가 마구 달려갔다.
나중에 그 병은 수두로 진단되었다. 온몸이 너무 가려워 장갑을 끼고 잤고, 학교도 이틀인가 쉬었다. 나 때문에 온 가족이 다 수두에 걸렸지만, 나처럼 증상이 심한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그게 원래 그렇다는 건 한참 뒤에야 알았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분이 피부병의 일종인 건선에 걸렸다. 배에 뭔가가 우둘투둘하게 나서 보기도 안좋고, 본인도 무지하게 괴로울텐데, 아쉽게도 그건 치료법이 마땅치 않다. 자외선을 쏘기도 하고 약도 나와 있지만,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건 없는 것 같다. 내 동창 하나도 건선으로 고생하는데, 치료법을 강구하느라 외국 논문을 무수히 읽다보니 건선에는 박사가 되었단다 (참고로 그는 정형외과다). 내 매제는 아토피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마가 뻘겋게 되는데, 심장병이나 간질환 같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그게 보는 사람에겐 더 안쓰럽다.
피부에 병이 생기면 죽는 일은 드물지만, 뭔가가 생기면 공포스러운 게 또 피부다. 예컨대 두드러기 같은 게 나면 얼마나 무서운가. 저절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면 피부 질환은 대개 마땅한 약이 없다. 의사들 사이에서 피부과 사람들이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돈만 많이 번다고 비난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난 피부가 그리 좋지는 않지만, 병원 신세를 질 정도로 고민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내 남동생만 해도 심한 여드름으로 한번에 십이만원인가 하는 박피술-난 그걸 사이비로 본다-을 여러번 했는데, 지금도 동생은 그 흔적이 생생히 남아 있다.
내가 아는 여자 중 피부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진 여자가 있다. 미모고 지적이며 유머까지 갖추었으니 피부가 조금 나쁜 게 뭐가 문제겠냐만은, 그게 또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다. "피부 안좋은 미녀가 좋냐, 피부 좋은 추녀가 되길 원하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단호히 후자를 선택했다. 그걸 그녀만의 특수성으로 단정지은 나는 만나는 여자마다 거기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놀랍게도 6명 중 다섯명이 '피부가 좋은 추녀'가 되겠다고 답을 했다. 물론 내가 만나는 여자들이 다 미녀들이라 추녀들이 받는 설움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피부의 중요성은 남자인 내가 느끼는 것보다 더 큰 모양이다. 피부 때문에 일반 화장품을 못쓰고 무지하게 비싼 화장품을 써야 하는 것도 그중 하나란다. 과히 좋지도 않지만 관리마저 잘못해 얼굴 여기저기에 자국이 무수히 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난 이렇게 중얼거린다. "내가 남자길 정말 다행이야. 여자였다면, 아마 비관해서 세상을 등지고 숨어살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