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이라는 배우가 있다. 1988년 미스코리아에서 진으로 입상했던 그녀를 내가 배우로 기억하는 것은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에서 열연을 했던 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스김 10억 만들기> 등 여러 편의 드라마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 영화 이후 TV에 얼굴을 거의 비추지 않았었다.

조교로부터 그녀가 이혼했다는 얘기를 들은 건 2000년 초였다. 조교 말로는 시댁과의 불화로 그렇게 되었단다. 나와 같은 학번이고, 미녀인 그녀의 불행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난 기획사 주소로 편지를 쓸 생각을 했다. 남의 불행을 비집고 어찌어찌 해보려는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다고 될 것도 아니지만, 난 연예인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그러니까 외계인 비슷하게 생각을 하니, 아무런 사심이 없다. 아무튼 난 수려한 문장력을 발휘해 편지를 썼고, 망설임 끝에 보냈다. 대충 기억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힘내세요. 요즘 이혼이 뭐 별건가요. 님처럼 아름답고 능력있는 분을 힘들게 한 시댁과 거기 일조한 남편은 필경 악당일 겁니다. 님을 다시 스크린에서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중에 믿을만한 소식통으로부터 김성령이 이혼한 게 아니며, 모 잡지에 시댁에서 잘해준다는 기사가 실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확인도 안해보고 덜컥 편지를 보낸 자신을 원망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제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오는데, 의자에 비치된 KTX 5월호의 표지가 김성령이다. 나와 동갑이니 꽤 나이가 들었을텐데도 애를 안고 웃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눈부셨다. 관련 기사를 봤다. 남편이 부산에 근무해 주말부부인데, KTX 덕분에 더 쉽게 오갈 수 있어서 고맙다는 얘기가 있고, 시어머니가 잘해주신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그 기사를 보니 예전에 내가 했던 철없는 짓거리가 생각나 다시금 쓴웃음을 짓게 된다. 기획사에서는 물론 내 편지를 무시했겠지만, 행여 그녀가 읽었다면 얼마나 황당했을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갈대 2004-05-29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다면 아마도 안티 팬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_-;

호밀밭 2004-05-29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성령이 미스코리아 되었을 때 그쪽 동네에 살았거든요. 저희 아파트 단지에 살았었다는데 그건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어찌 되었든 그래서 그녀가 기억이 나요.
님은 참 마음이 다심이랄까 그렇네요. 세심하신가 봐요. 아마 편지를 보았어도 크게 신경 안 썼을 것 같아요.

진/우맘 2004-05-2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의 불행을 비집고 어찌어찌 해보려는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믿습니다, 네~ 믿지요. 제가 마태님 인간성을 200% 보증하는걸요. ^0^

플라시보 2004-05-29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정말 웃깁니다. 남편과 잘 살고 있는 사람을 졸지에 이혼한 사람으로 만들었으니...김성령이 만의 하나 그 편질 읽었다면 '뭐냐?' 이러지 않았을까요?^^
근데 김성령이 88미스코리아라면 정말 무지 오래되었는데 아직도 처녀같더라구요. 물론 미스김에 나올때 보니까 얼굴에다 무슨짓을 좀 했는지 표정연기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웃어도 우는 얼굴의 이승*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웠습니다.

책읽는나무 2004-05-2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러셨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우쨌든 님의 그 동정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죠!!!....남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땐 큰힘은 되어주진 못해도..위로의 말이라도 건네주어야죠...아암~~~
상대가 일반인이든..연예인이든 상관없이 이지구상의 모든사람들을 포용하려는 님의 기사도정신!!......존경합니다..........^^

panda78 2004-05-29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마태우스님! 김성령이 설령 그 편지를 읽었다 하더라도 아, 이 사람은 내가 정말 이혼을 해도 이렇게 격려해주고 위로해 주겠구나.. 하면서 기뻐했을 겁니다. 비록 아직도 잘 살고 있지만.. ^^;;;;
그런데 정말 정말. 어찌어찌의 생각이 요만큼도 없으셨단 말입니까? ^^

sweetmagic 2004-05-29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혹시 전에 쓴 편지는 제가 잘못 알고 쓴겁니다. 혹시 읽으셨다면 그리고 거기에 마음 상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 그런 편지는 왜 안 쓰셨어요? 한 번 잘 생각해 보세요 ~ 잘 살고 있다는 소식에 그런 편지 쓸 마음이 사라지신 건 아닌지 ㅋㅋㅋ 여튼 님은 정말 못 말려~

비로그인 2004-05-3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마태우스님이 좀 한가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