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여자애들의 치마를 들추는 애들이 있었다. 이미지 관리에 열심이었던 난 한번도 그런 일을 하지 못했지만, 치마 속에 도대체 뭐가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내가 그런 장난을 좋아했던 친구를 추종했던 건, 욕은 친구가 먹고 기쁨은 같이 누리고픈 음험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도 난 선생님의 치마 밑을 보고픈 욕망에 시달렸지만, 특유의 소심증 때문에 다른 애들의 경험담을 듣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나이가 들어도 그건 마찬가지인가보다.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신의 능력을 갖게 된 짐 캐리는 지나가던 여자의 치마를 들추며,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류승범도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여자에게 장풍을 쏜다. 하지만 어릴 적과는 달리 지금은 여자의 팬티를 맘만 먹으면 볼 수 있다. 축 내려간 골반바지는 여자의 팬티를 드러내 주며, 거기에 더해 허리까지 구부리면 팬티의 4분의 3 정도는 볼 수 있다. 치마는 또 얼마나 짧은지, 마음만 독하게 먹는다면 지하철에 앉은 여자의 팬티를 보는 건 일도 아니다. 아쉽게도 난 더 이상 팬티에 열광하지 않게 되버렸지만.

우리나라에서 미니스커트를 가장 먼저 입은 사람은 윤복희라고 한다. 그 당시 정서로 보아 미니스커트는 혁명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박정희는 미니스커트를 단속했고, 길거리에서는 자를 가지고 무릎 위부터 치마 밑단까지 길이를 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게다. 미니스커트가 없는 거리, 그런 거리를 지나간다면 걷는 재미가 하나도 없었을게다. 그래서 난 감사한다. 늘씬한 다리를 뽐내며 걷는 여인들에게, 그리고 내가 그 시대에 살지 않게 해준 신에게.

90년대 초반, 이윤석과 서경석이 "그렇게 깊은 뜻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데뷔했다. 그때 한 프로 중 하나가 배꼽티와 똥꼬치마였는데, 그들은 그 둘을 무지하게 비난했다. 그게 마돈나가 입은 건데, 따라할 걸 따라해야지 왜 그딴 걸 모방하냐,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얼마 안되어 배꼽티는 대세가 되었고, 난 치마 위로 드러난 여인의 배를 보면서 더더욱 감사드리고 있다. 조금 있으니 '나시'라고도 하는 민소매 옷이 등장해 여인들의 어깨를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었고, 짧은 바지에 가슴이 보일랑말랑 하는 과감한 옷까지 나와 눈이 핑핑 돌 지경이 되었다.

세월이 좀 흐르니, 당시로선 혁명적이던 야한 옷들이 이젠 당연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예전만큼 기쁨을 주지는 않는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여인들의 옷은 언제까지 줄어들 것인가. 아니, 여인들은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줄 것인가? 아무리 보여준다 해도 가슴과 아래는 가려야 할 테니, 아무리 나가도 비키니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다. 추세로 보아 비키니 차림의 여인들이 거리를 걷는 그날이 오긴 올 것 같다. 하지만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보는 게 하나도 야하지 않듯이, 그 효과도 그리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비키니 다음이 있을까? 있다면 그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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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19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만 구하면 모든게 충족되지 않나요?? 으흠... ^^:::

다연엉가 2004-05-19 0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이제는 님도 나이가 들었는가 봅니다. 한때는 짧은 치마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리고 살짝 튀어나온 팬티만 봐도 얼굴 붉어지는 그 시절이 있었지요.^^^^^^^^

sweetmagic 2004-05-1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혹자는 바디페인팅의 시대를 얘기 하기도 하죠,,,,,,
바디 페인팅 해주는 건 재미있을 것 같은데...하기는 싫다는...

비로그인 2004-05-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노출이라~ 넘 나라 이야기군요...전 되도록이면 꽁꽁 싸매고 두르고 다니는 편이라...-.-;

마태우스 2004-05-19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좀...
책울타리님/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두 마니 봐서 가슴이 안뛴다는 얘깁니다^^ <--믿진 마세요
sweetmagic님/어머나 님이 제 서재에 와주시다니, 너무 기뻐요!! 전 제 손등에 낙서를 많이 하지만, 페인트는 싫다는...
냉열사님/흐음...그러시군요. 운동신경도 있으신 분이 어이하여 그러십니까

진/우맘 2004-05-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브라...시스루(천을 통해 살결이 비춰보이는)...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생각만해도 코피가...(어? 코피? 그건 보통 남자들이 흘리는건데.^^;;;;)

2004-05-19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