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 지난번에도 이런 글 썼다가 혼났는데요, 엘지 쓰시는 분들 화내지 마세요. 엘지가 다 나쁜 게 아니라, 제 주위의 엘지만 나쁘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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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그>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느 회사에서 연말 보너스가 나왔는데, 그걸 월급통장으로 넣어 준다고 하자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래도 회사에서는 입금을 해야 했기에, 회사원들이 통장을 하나씩 만들어 그리로 입금을 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는 얘기. 어떻게 단돈 만원이라도 빼돌려 볼까 하는 게 월급쟁이들의 심리, 역시 월급쟁이의 하나인 남동생도 늘 돈에 굶주린다. 엄마 생신 때는 못올 때가 있어도 자기 생일 때는 꼭 우리집에 오는 것도 엄마와 형제들로부터 수금을 할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그게 불쌍해 돈을 얼마라도 준 적이 있지만, 요즘은 하는 게 얄미워 잘 안준다.
2년 전, 이런 일이 있었다. 남동생이 어버이날이라고 봉투를 드렸다. 그걸 받으신 어머님, 제수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잘 받았다. 돈도 없을텐데 뭘 15만원이나 하니?"
갑자기 얼굴빛이 변하는 제수씨, "15만원...이요? 제가 분명히 20만원 넣었는데..."
어머니는 순간 실수한 걸 아셨지만, 아마도 남동생은 그날 곤욕을 치뤘을 거다. 그냥 20만원 드리고 "5만원만 주면 안되요?"라고 할 것이지...
전에도 말했지만, 동생은 엘지에서 바닥재를 판다. 바닥재와 휴대폰은 별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번호이동성 제도가 나온 뒤 엘지 전 사원에게 할당된 양을 채우기 위해 동생은 우리집에 구원을 요청했고, 카메라폰으로 바꾼 지 얼마 안된 나는 용케 빠지고 어머님이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그냥 몸만 오면 된다고 했다가, 단말기를 사야 하지만 값은 동생 자신이 낸다고 했다가, 결국엔 어머님이 다 부담을 하셨다. 번호를 바꾸는 건 그럴 수 있어도, 왜 꼭 엘지 단말기를 사야 하는지, 어머님은 싸이언을 보면서 자주 한숨을 쉬신다. 걸려온 전화번호 검색도 너무 어렵다고 하시는 등, "내 기쁨이 없어졌다"신다.
지난 4월, 요금이 나왔다. 요금 내역서를 따져보니 말도 안되는 항목이 있다. 인터넷 사용료와 부가콘텐츠 명목으로 무려 15,000원이 나온 것. 나도 그렇지만, 어머님 역시 인터넷을 전혀 할 줄 모르니 기가 찰 노릇, 숱한 장애물을 뚫고 엘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거니-50차례 정도 통화시도를 했다-직접 와서 내역서를 확인하란다. 그래서 오늘, 서울에 볼일이 있은 김에 어머님을 모시고 고객센터를 찾았다. 알고보니 그 15,000원은 남동생이 벨소리를 다운받아 준 것. 어머님의 말씀이다.
"좋은 벨소리를 원하냐기에 그렇다고 했는데, 누가 이렇게 돈을 주고 할 줄 알았나"
나 역시 돈을 주고 벨소리를 다운받는 걸 낭비라고 생각하기에, 동생의 처사가 정말 마음에 안들었다. 엘지라는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린 어머님은 내친김에 해지를 하면 안되겠냐고 물었다. 직원의 말이다. "아드님한테서 사신 거라면서요? 그럼 안되죠. 번호를 옮기면서회사에서 아드님한테 보조금이 지급됐거든요. 지금 해지하시면 그걸 반납해야 해요"
또다시 동생의 비리가 밝혀지는 순간. 동생은 그러니까 어머님이 전화기를 바꾸는 댓가로 보조금을 받은 것. 엄마한테 그렇게 불편을 끼쳐 놓고선 자신이 돈을 받다니. 단말기 값도 어머님이 내셨는데 말이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한마디로 드림팀이다. 나를 비롯해서 네명 모두 엄마를 착복하려고만 할 뿐, 보탬이 되려고 안한다. 자식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사람이란 주위 환경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는 동물, 그래서 난 10대 때부터 무자식 상팔자를 주창했고, 지금도 그렇다. 혹자는 내 유전자를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게 남자들의 본능이라면서. 난 전혀 그런 마음이 없다. 눈도 작고, 히프도 큰데다 머리가 둔하기까지 한 내 유전자가 세상에 존재한들 고생밖에 더하겠는가. 후덕지근한 날씨 때문에 짜증만 나는 오늘, 마침 술약속이 있다. 한번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 보리라. 미국서 온 친구를 환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