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4월 12일(월)
장소: 청주의 모 식당, 버섯찌개 1차, 2차는 호프집
누구와?: 청주의 모 교수(이하 알파), 나, 그리고 천안의 모 교수(베타로 부르겠다)
마신 양: 1차 소주 두병, 2차 맥주 몇천cc....
베타가 연수를 갔다가 귀국했다. 알파가 환영회를 해주겠다고 청주로 오란다. "네" 하고 버텼다. 알파가 다시 전화를 하더니 왜 안오냐고 화를 낸다. 또다시 "네" 하고 버티려는데, 아예 날짜를 잡잔다. 그래서...결국 갔다.
내가 거길 가기 꺼린 이유는, 알파가 천하의 주당이기 때문이다. 소주 다섯병을 먹어도 얼굴빛이 안변하고-다리가 풀리긴 하더라만-다음날 해장한다고 소주 두병을 더 마시는 사람이다. 컨디션이 좋아도 소주 두병이 고작인 나와는 게임이 안된다. 일주일간 술을 안마시면서 몸을 만들었다면 모를까, 지난 한주 계속 퍼마셨지 않는가? 참고로 베타의 주량은 소주 두잔이며-농담인 줄 알았는데, 전에 세잔 마시더니 고목이 쓰러지듯 넘어가는 걸 보고 경악한 적이...-차까지 가져왔다. 그래서 어제의 싸움은 나와 알파의 한판대결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계획을 세웠다. 잔만 부딪히고 안마시기를 반복하며 버틴다. 2차에 가서 많이 마신다. "원샷 합시다!" 이래가면서... 근데 그게 잘 안되었다. 알파가 세상에 잔을 돌리는 거다. 잔을 받으면 20초 안에 돌려주는 걸 예의로 아는 나는 거푸 술잔을 비웠지만, 내 잔은 더 빨리 내게로 돌아왔다. 잔도 많은데 왜 하나 가지고 돌리는 건지... 1차에서 소주 다섯병을 비우고 난 뒤 호프집에 갔고, 그 뒤의 일은 나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깨보니까 집이었다는 것, 전화기, 지갑 등이 다 무사히 있다는 것밖에는.
오늘, 알파가 전화를 했다. 잘 들어갔냐고. 내가 실수한 건 없고, 베타가 날 터미널까지 데려다 줬단다. 전력상 워낙 딸리는 게임이긴 해도, 지고나니 마음은 아프다. 왜, 왜 노력으로 주량을 늘릴 수는 없는 걸까? 한달이라도 좋으니 다섯병만 마셔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알파가 이런다. "언제 또 한번 마셔 봅시다!" 그래? 몸을 만들어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볼까.
* 어머님이 이러신다. "오늘은 집에서 저녁 먹을 수 있냐? 한집에 살면서 도대체 얼굴을 볼 수가 있어야 말이지" 하하. 오늘은 술을 안마신다. 내일 큰 시합도 있고 해서, 오늘은 꼭 쉬어야 한다. 오늘은 술마시자고 전화하는 사람이 없기를 빌어봐야겠다.
** 청주에 가는 도중,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한잔 하자! xx랑 xxxx도 나온데" 술약속이 있다고 못간다고 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전화가 오늘 왔으면 못쉬는 거 아닌가. 나도 하루는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