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토)
누구와?: 신촌파 친구들과
마신 양: 소주 한병 반
좋았던 점: 언제나 편한 친구들
나빴던 점: 늦게 와서 아구를 못먹었다.

전에 나랑 같이 2박3일의 여행을 갔던 신촌파 애들 중에는 유부녀가 하나 끼어 있어서 충격을 줬었다.
우리: 너...이렇게 여행 가도 돼? 남편은 어쩌고?
유부녀: 우리 남편, 내가 친정아버지, 동서랑 여행 보내버렸어. 안간다고 버티기에 억지로 밀었지^^

엊그제, 저녁을 같이 먹자는 그녀의 제안에 영안실에 갈 일이 있어 참석이 힘들겠다고 했더니, 무조건 와야 한다고 부득부득 우긴다. 그래서 영안실에선 그야말로 인사만 하고, 부리나케 약속장소로 갔다.
나: 토요일인데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도 돼? (밤 11시 반인데 갈 생각도 안함)
유부녀: 뭐 어때!
그녀에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유부녀가 있다. 하나는 보통 유부녀고, 또하나는 너지" 결혼이 여자를 속박하는 코르셋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나지만, 그녀처럼 멋지게 산다면 얘기가 다를 것 같다.

생각해보면 이런 불공평도 없다. 유부남들은 다른 것에 구애받지 않고 새벽까지 술을 마신다. 유부남이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면 "잡혀 사는구나"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유부녀가 밤 9시까지 있다면 그건 '사건'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집안 일은 항상 여자가 해야 하고, 남편은 그저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편견이 이런 불공평을 야기한 게 아닐까? 내 다른 친구의 말이다.
"정말 애는 여자가 봐야 해. 난 애하고 30분쯤 있었는데, 계속 울더라고. 그런데 마누라가 딱 안으니까 거짓말처럼 웃음을 그치더라"
물론 그는 애를 달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저 "울지마"라고 하고, 안울 때까지 기다렸을 뿐이다. 엄마라고 무슨 특별한 수가 있는 게 아닐게다. 아이가 왜 우는지를 파악해서 그걸 풀어주기 위해 애를 쓰는 것. 그러니 여자라고 애를 잘보는 게 아니건만, 남자들은 으레 자기는 못한다고 나자빠지기 일쑤다. "여자는 집안일에 능하다"는 건, 남자들이 자기 편하자고 만들어낸 구실에 불과하다.

아주 느리지만 우리 사회도 서서히 진보하고 있다. 유부남이 그러는 것처럼, 유부녀들이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게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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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4-1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유부녀가 된다면 님의 친구분을 모델로 삼고 싶습니다. 지금과 똑같지 않은 삶이라면 전 별로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흐흐 (그래서 아직 결혼을 못하고 있나?^^)

마태우스 2004-04-12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은 결혼 후에도 너무너무 즐겁게 사실 것 같은데요? 어쩔 수 없는 구조가 있긴 하지만, 안좋은 여건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건 개인의 능력이겠지요. 플라시보님은 능력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우맘 2004-04-1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중 하나가 귀가시간인 것 같습니다. 아니, 아이를 낳고 나면 버려야 하는,...인가?
대신, 저는 이제 <짧고 굵게 놀기>의 경지에 어느정도 올랐습니다. 커피숍에 앉아 느슨하게 시간을 때우는 처녀들을 보면 살짝 분개할 만큼....그래서, 상당히 타이트한 마태님의 시간표가 매우매우 마음에 듭니다. 음하하하하~!!!

다연엉가 2004-04-12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해서는 내가 삶의 주체가 되어 가기는 힘들죠... 그러나 앞으로 나와 같이 갈 동무를 잘 잡으면 되겠죠(흐흐)...... 버리면서 얻어지는 것.... 가지면서 버려야 할 것들을 결혼을 하고 나서는 현명하게 선택을 해야겠죠....그리고 서서히 내가 이 생활속의 주인공이 되도록 구워 삶아야겠죠(ㅋㅋㅋㅋ).
"오늘 시간 어떠세요" 할 정도가 되면 절반은 성공했다도 하면 되겠죠(만구 내생각)

LAYLA 2004-04-13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너무 멋진 남자에용 ㅠ_ㅠ 한국 남편들을 모두 마태우스님화 시켜요 _ㅋㅋㅋ

마태우스 2004-04-1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님/저 말만 그래요...
책울타리님/오늘 시간 어떠세요? 그게 참 어렵군요...
진우맘님/저도 타이트한 제 시간표가 맘에 듭니다^^

비로그인 2004-04-1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AYLA 님 초면에 죄송한데요...그럼 우리나라 남자들은 모두 술독에 빠져 살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는데...그래도 좋으시겠습니까?? ^^:::

마태우스 2004-04-14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폭스바겐님/아니 왜 질투를 하구 그러신담?